영국 여류소설가 캐서린 맨스필드의 '가든파티'는 다른 사람의 불행에 대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무관심하고 형식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작은 마을의 상류층인 세리던 가족은 가든파티 준비로 떠들썩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하류층 마을에서 젊은 마부가 낙상해 죽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가 딸린 가난한 가장이었다.
막내딸 로라는 못내 마음이 아파 가든파티의 취소를 얘기하지만, 누구도 관심이 없다. 오히려 로라를 비난한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에게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지금처럼 행동해서 모든 사람의 즐거운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다면 그것도 무심한 짓이 되기는 마찬가지야"라는 어머니의 말은 로라를 제외한 모든 사람의 생각을 대변한다.
그렇다고 이 가족의 구성원 개개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외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오히려 착한 사람들이다. 사회규범을 잘 지키고, 적당한 동정심을 가진 평범한 이웃이다. 다만, 남의 불행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거나 함께 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이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들은 나쁘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도 아니다. 다른 사람의 불행을 함께 슬퍼하고 이에 동참하는 보편적인 '생명 존중'의 가치를 갖지 않아서다.
300명에 이르는 사망자와 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온 나라를 휘젓고 있다. 하늘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 먹먹함으로 대다수 국민은 출구가 없는 터널 속에 갇힌 심정이다. 남은 것은 분노와 모멸감뿐이다.
모든 대형참사의 원인은 언제나 '총체적 부실'이다.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수많은 반복으로 비싼 대가를 치른 학습 효과도 없다. 바로 옆에서 수백 명의 목숨이 허물어지고 있는데 해양수산부와 해경, 해군이 관할권을 다투고, 윗선에 보고하다 시간 다 보내고, 공(功)을 가로채려고 협잡을 벌였다는 것은 착하게 말 잘 들은 학생과 승객의 생명을 볼모로 인질극을 벌인 것과 같다.
박근혜 대통령은 '뿌리깊은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했지만, 그보다는 '생명의 무게'를 공적이나 구역 다툼보다 하찮게 취급하도록 내버려둔 책임부터 먼저 져야 한다. '생명의 무게'가 다른 모든 것보다 무겁고 소중한 가치가 돼야만 또 다른 어떤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생명의 무게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나라는 나쁜 나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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