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일본 헌법 9조

일본 헌법 제9조가 자위를 위한 전쟁까지 부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헌법 제정 당시부터 있었다. 당시 의회에 제출된 제9조는 이렇다. "국가가 주권행위로서의 전쟁 및 무력행사의 위협은 다른 국가와의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원토록 부정된다. 육해공군 및 여타 전쟁 잠재력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중의원은 최종 심의단계에서 아시다 히토시(芦田均) 전 총리가 위원장인 헌법개정 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렇게 수정했다.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하게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영구히 이를 방기한다. 전 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육해공군, 기타 전력은 이를 보지(保持)하지 않는다…."

언뜻 보면 차이가 거의 없다. 연합군 최고사령부도 이를 승인했다. 그러나 일본 보수파들은 '해석'을 통해 자위를 위한 재무장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문단은 조항의 목적으로 국제평화 유지를 두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두 번째 문단의 도입부("전 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는 방기되어야 할 '기타전력'으로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침략전쟁 능력'을 지칭하고 있다." 결국 헌법 9조가 금지하는 것은 '침략 전쟁'과 이를 위한 재무장인 만큼 자위를 위한 재무장은 허용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보수파가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아시다는 훗날 "애초부터 장래에 재무장할 길을 열어놓으려는 의도로 문구를 수정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런 의도는 헌법 공포와 함께 발행된 '신헌법해석'이란 책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 책에서 아시다는 "제9조는 사실상 침략전쟁에 적용된 조항이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자위를 목적으로 하는 전쟁, 무력 사용의 위협, 무력행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해 평화헌법 9조의 해석을 변경하겠다고 했지만 그러한 해석의 '장난질' 가능성은 처음부터 잠재되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일본 우익은 맥아더의 서슬에 눌려 전쟁포기를 수용했지만 진짜 수용한 게 아니라 수용하는 척만 했을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