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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복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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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동(伏地不動)은 땅에 엎드려 꼼짝 않는다는 말로 흔히 공직 사회의 무사안일, 보신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원래 이 말은 군대에서 훈련소에 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병공통과제 중 생존 요령에 관한 장에 나오는 것이다. 야간 전투 시 조명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움직이거나 빛이 반사되는 물체는 집중 표적이 된다. 그래서 빛을 반사할 수 있는 소총을 배 쪽으로 깔고 꼼짝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총탄과 포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납작 엎드려야 하고, 발도 T자 모양으로 바닥에 딱 붙여야 한다. 훈련소에서 조교들은 아주 신속하고 멋진 동작으로 이 자세의 시범을 보여준다. 그러고는 훈련병들이 복지부동 자세를 하고 있을 때 조금이라도 발이 들려 있으면 "네 뒤꿈치는 이미 총탄에 날아갔다!" 하고 뒤꿈치를 발로 찼다. 한마디로 복지부동은 생존을 위한 최적의 자세인 것이다.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공무원들에게 복지부동이라는 말을 쓰지만, 나는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공무원 사회에 적합한 이유가 바로 생존을 위한 최적의 자세라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집단이고,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규정에 어긋날 소지가 있으면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 것을 매우 꺼리기 때문에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직 사회뿐 아니라 다른 회사들에서도 무슨 큰일이 생기면 적절하게 일을 처리했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규정대로 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지기 때문이다. 어디에서든 규정에서 벗어난 일들은 대부분 새롭게 추진하던 일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직 사회든 기업이든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적 사항은 '~한 일을 추진함에 있어~'로 시작하지 '~한 일을 추진하지 않아~'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규정에 맞게 자기 할 일만 한 사람은 생존하는 반면, 새로운 일을 의욕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은 조명탄 아래서 소총을 번쩍이며 뛰어가는 것과 같은 집중 표적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윗사람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경우 아랫사람들은 더욱 납작 엎드린다. 역대 많은 선출직, 정무직 공무원들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뿌리 뽑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공무원들을 때림으로써 시민들의 표는 조금 더 얻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현재의 공무원들에게 '그때 그런 사람도 있었지' 하는 추억의 안줏거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윗사람이 지시만 하고, 아랫사람들의 책임 소재만 따지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당신이 그 분야 전문가 아닙니까? 긍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해 보세요. 추진 과정 중에 생기는 문제의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윗사람이 이렇게 말하는데 누가 복지부동하려고 할까?

능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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