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늘 밝은 미소로 나눔을 실천하는 재봉틀 봉사왕 할머니

EBS '장수의 비밀' 5일 오후 11시 35분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좁다란 골목에 정겨운 소리가 흐른다. 고운 빛깔 옷감에 둘러싸여 백 년도 더 된 재봉틀을 힘차게 돌리는 서두연 할머니(86). 사랑은 나눠야 배가 된다는 할머니는 53년째 바지 등을 만들어 기부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한 해 만드는 바지 개수만 무려 4천500장에 이른다. 이런 나눔에 동참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할머니 집은 늘 북적인다.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5월. 할머니는 부지런히 걸어 단골 주단 집을 찾는다. 40여 년째 드나드는 단골집. 할머니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여 원단을 추천하다 보니 금세 봉투가 가득 찬다. 그런데 고르지도 않은 원단을 묶음 채로 챙기는 주인. 게다가 공짜다. 돈을 주고 산 것보다 덤이 더 많으니 성공적인 쇼핑이다.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무엇이 이토록 할머니의 마음을 즐겁게 할까? 일본에서 태어나 열일곱에 한국으로 건너온 할머니. 모두가 어렵게 살았던 시절,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할머니는 재봉기술로 나눔을 시작했고 풍요로워지는 마음이 좋아 지금까지 봉사에 미친 인생을 살고 있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할머니에게도 뜻하지 않은 시련이 있었다.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말을 굳게 믿었던 할머니에게 7년 전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큰 상처로 남아있다, 남을 위한 삶을 사느라 정작 본인의 아들을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할머니의 아픔은 더욱 컸다. 꼬박 1년 동안 세상과 단절하고 살았던 할머니가 깊은 슬픔에서 헤어날 수 있었던 힘은 시장이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상인은 물론 넘쳐나는 물건들로 생기가 넘치는 시장은 치유의 장소가 됐다.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할머니는 늘 시장을 찾는다. 이번 주 '장수의 비밀'에서는 늘 밝은 미소로 하루를 사는 봉사왕, 서두연 할머니의 행복한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