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기시대 대구 유적, 유물을 정리하면서 덜컥 걸리는 게 있다. 심란한 이물감에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는 주인공, 바로 만촌동에서 출토된 '광형동과'(廣形銅戈)다.
광형동과란 이름 그대로 검신(劍身)이 넓은 검 양식을 말한다. 지난 회에서 언급한 대로 한국형 동검은 '세형'(細形)을 특징으로 한다. 검 폭이 날렵하다는 뜻이다. 한국 대표 양식답게 청천강 이남 전역에서 골고루 출토되고 있다. 그런데 만촌동 동검은 이 스타일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폭이 일반 검의 두 배쯤 된다. 돌연변이인지,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변종인지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그 의문의 틈새에 일본이 있다. 광형검은 일본의 전형적인 양식이다. 의문은 꼬리를 문다. 일본의 대표 검이 어떻게 대구의 유력 군장 분묘에 부장된 걸까. 일본 선사 문화가 한반도에서 전파되었다는 것은 동북아 고고학계의 정설인데. 학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역수입설'로 이 현상을 설명한다. 즉 한반도에서 건너간 동검 문화가 일본에서 정착한 후 다시 한반도로 수출되었다는 이론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가설의 일부이고 일본 학자들이 이 이론에 적극적이다.
광형동과 미스터리는 영남지방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는 일식(日式) 방제경(倣制鏡)과도 닿아있다. 역시 한반도에서 들어간 청동거울이 일본에서 생산된 후 한반도 남부로 진출했다는 이론이다.
반대 의견도 많다. 광형동과는 남부지방에서 청동기가 의기화(儀器化)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그것이다.
일단 학계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자료의 축적을 기다리는 중이다. 만약 '역수입설'이 맞다면 '일본이 모방의 천재'라는 수식은 1천 년은 더 소급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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