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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영의정과 국무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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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재상 또는 정승으로도 불렀던 조선시대 영의정의 권한은 왕권의 강약과 시대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했지만, 조정의 최고 관직으로 오늘날 국무총리 이상의 실권적 기능을 수행했다. 갑오개혁(1894년) 때 총리대신으로 명칭이 바뀔 때까지 조선시대에는 160명이 넘는 영의정이 있었다. 그중에는 청사에 이름을 남긴 명재상도 있었고, 시대정신에 부응하지 못한 부실한 영의정도 있었다.

세종 때 영의정 황희는 청백리의 대명사로, 너그러운 성품에 소신과 원칙을 지키는 강직한 선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가족관리와 부패문제와 관련 구설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청문회의 논란거리가 되고도 남았지만, 세종은 그를 중용했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며 정국을 수습했던 류성룡은 '하늘이 내린 명재상'이었다. 선조'광해군'인조 시대에 걸쳐 정승을 지낸 이원익도 그렇다. 정파 간 화합을 추구해 남인으로 북인정권 첫 영의정이 되었다. 반정(反正)으로 등극한 인조마저 전 정권의 재상이었던 그를 다시 등용했다. 대동법이라는 과감한 세제 개혁으로 민생안정에 진력했던 효종 때의 김육과 정조와 더불어 개혁정치를 추진했던 채제공도 훌륭한 영의정으로 이름을 남겼다. 세조 연간에 영의정이 된 한명회와 신숙주는 국정수행 능력과는 별개로 왕위 찬탈 주모자와 변절의 대명사로 역사에 오명을 남겼다.

유교적인 이념을 추구하며 선비의 가치를 숭상하던 조선시대의 영의정도 완벽한 위인은 없었다. 정치적 타협으로 등장하기도 했으며, 군왕의 자질과 시대상황에 따라 공과가 엇갈렸다. 청와대가 장고 끝에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지명했다. 이번 총리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국정을 일대 개혁하는 역사적인 과업을 안고 있다. 조선 건국의 설계자인 정도전은 재상의 자질과 소임을 정기(正己), 격군(格君), 지인(知人), 처사(處事) 네 가지로 압축했다.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하고, 임금을 옳게 보좌하며, 인재를 등용하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이다. 헌정사상 최초의 언론인(기자) 출신 총리가 될 인물에게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부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는 소신 있는 총리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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