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 당선인은 정말 관운(官運)이 타고난 분인 것 같다. 경찰 시절의 승진 과정이야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타고난 관운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새누리당 포항시장 공천자가 결정되기까지는 파란의 연속이었는데, 그는 지뢰밭이 깔린 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면서 완주에 성공했다. 선거에 '만약'이라는 것이 없지만 선거 과정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자. 만약 박승호 전임 시장이 그대로 출마했더라면, 김정재 후보가 여성우선공천을 받았더라면, 공원식 후보가 선거운동원 돈봉투 사건으로 막판에 사퇴하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이 당선자가 억세게 운이 좋은 분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예전에 유행하던 말 중에 '스펙보다는 능력, 능력보다는 운(運)'이라는 것이 있다. 운은 스펙과 능력을 바탕에 깔고 노력하는 이에게 돌아가는 것이기에 '운은 바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임기 중에도 이러한 운세가 계속 작용할 수 있을까. 포항시정을 둘러보면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먼저 박승호 전임 시장의 후광이 지나치게 크기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 박 전 시장의 시정 추진 방식에 논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공적만 꼽아보면 손가락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외곽순환도로 건설, 포항운하 개통, 영일대해수욕장 정비, 야구장 개장, 감사나눔운동 활성화, 과메기 상품화 등등. 'MB(이명박) 특수'에서 비롯된 부분도 있지만, 박 전 시장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런 성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정권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고, 포항의 예산 사정도 넉넉한 편이 아니다. 더욱이 포항시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포스코의 부진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잘못했다간 '구관이 명관'이라는 얘기를 듣기 쉬운 환경이다.
게다가 이 당선인은 포항 사정에 그리 밝지 못하다. 선거 공약에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았지만, 포항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초 포항에 내려왔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얘기를 나눠봐도 지역 사정에 그리 해박하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앞으로 포항시정에 적잖은 시행착오가 예고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당선인은 다른 정치인이 갖지 못한 독특한 장점이 있다. 열린 마음과 소박한 품성이 바로 그것이다. 시민과 공무원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 비록 포항을 둘러싼 여건이 어렵고 아직 지역 사정에 정통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 당선인의 활약을 기대한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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