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수지 투신 80대 할머니 구한 중학교 교사

80대 할머니를 물에서 구조한 손현창 씨. 손현창 씨 가족 제공
80대 할머니를 물에서 구조한 손현창 씨. 손현창 씨 가족 제공

50대 중학교 교사가 자살하려고 물에 뛰어든 80대 할머니를 구했다.

13일 오후 7시 40분쯤 손현창(54'교사) 씨는 아내와 함께 대구 수성구 매호동 구천지 산책로를 걷고 있었다. 손 씨는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외침을 들었다. 바로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주변에 10여 명이 몰렸다. 모두 발만 동동거리는 상황. 손 씨는 아내에게 119에 신고하라고 하며 윗옷과 신발을 벗었다. 물속에 몇 걸음 들어가자 수심이 자신의 키(174㎝)보다 깊었다. 약 20m 정도 헤엄쳤다. 상대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86)였다. 그가 팔을 뻗어 할머니를 잡았다. 상대는 몸이 뻣뻣했고, 살기 위한 몸부림도 없었다. 손 씨가 목덜미를 잡고 할머니를 끌어당기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는 '꼭 살리겠다'고 다짐하며 둑을 향해 헤엄쳤다.

손 씨가 물가로 할머니를 데리고 나오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할머니를 둑 위로 옮겨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했다. 할머니가 의식을 찾을 무렵 119구조대원들이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추가 응급조치를 한 뒤 할머니를 구급차에 태운 뒤 병원으로 갔다.

손 씨는 소선여중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는 "구천지에 수심이 깊다는 내용을 담은 경고문이 없다. 펜스도 없는 곳에서 어린 학생들이 장난치다 물에 빠지면 위험하겠더라"고 했다. 실제로 구천지에는 한국농어촌공사가 설치한 저수지 보호 안내문만 있다. 손 씨는 "이번 일을 겪고 멋진 산책로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산책로를 꾸며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손 씨는 '정의의 사도'가 만화영화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정의의 사도'는 행동하는 양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아들 진영(25) 씨도 자살하려는 사람을 구했다. 진영 씨는 2010년 여름 파주에 있는 육군 부대에서 군 복무를 했다. 8월쯤 이등병 진영 씨는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던 선임병과 경계 근무에 나섰다. 경계 근무 중 선임병이 포승줄을 초소 위에 달더니 갑자기 자신의 목에 묶었다. 진영 씨는 선임병 목의 줄을 푸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쳤다. 이후 군 병원에 3개월간 입원해야 했다.

손 씨는 "내가 할머니를 구하지 못해 돌아가셨다면 평생 죄의식에 살았을 것이다"며 "아내가 이 일로 나를 존경한다고 하는데, 그게 내게 있어선 최고의 훈장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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