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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부 학생이 경찰복? 경북여상 지구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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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달고 교내 순찰 활동 남부서 직원 자문위원 역할

16일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16일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우리학교 지구대' 발대식에서 순경, 경사, 경위 등 명예 계급을 부여받은 선도부 학생들이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우리 학교에 경찰 지구대가 생긴다면?'

상상만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16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동 경북여상에서 '우리 학교 지구대'가 전국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이곳 지구대에는 진짜 경찰관이 근무하지는 않는다. 생활지도 교사가 지구대장을, 선도부 학생 18명이 순찰팀원을 맡는다. 그렇다고 '지구대'라는 이름만 따왔다고 생각하면 오산. 지구대장부터 순찰팀원까지 모두 경찰 제복과 계급장(3학년은 경사, 2학년은 경장)까지 갖췄다. 순찰근무 일지도 지구대와 같은 양식을 쓴다. 남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이 자문위원 역할을 맡아 근무일지도 점검하고 순찰활동을 조언한다.

우리 학교 지구대 출범은 남부경찰서와 경북여상의 의기투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찰 규정상 10개 학교당 1명씩 학교전담 경찰관이 배정되지만, 실효성이 떨어졌다.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두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해봐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학생들과 면담을 해도 어른인 경찰관에게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았다.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소지품 검사라든지 기존 지도 방식으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할 뿐이었다. 이 때문에 경찰서와 학교 측은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우리 학교 지구대를 만든 것이다.

17일 오전 7시 20분 우리 학교 경찰관 학생들이 정문 지도에 나섰다. 정문 앞에 서 있는 자세부터 달랐다. 절도 있는 모습이 진짜 경찰관 같았다. 경사 계급장을 어깨에 단 3학년 옥지수(19) 양은 "경찰 제복을 입고 활동을 하니까 친구나 후배들이 우릴 보는 시선부터 달라졌다"며 "스스로 몸과 마음가짐을 다잡게 된다"고 했다.

우리 학교 경찰관은 친구와 후배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학년 최지나(19) 양은 "친구들로부터 '멋있다' '진짜 경찰 같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다. 친구들이 '너네 믿고 안심하고 학교 다닐 수 있겠다'고 말해줘 뿌듯하다"고 했다.

우리 학교 지구대는 단순히 교내 학교폭력이나 비행을 단속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학생들 간 문제에 스스로 조정자 역할을 하고 학교생활 중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또 학교 주변 지역을 경찰과 함께 정기적으로 순찰할 계획도 갖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마치고 일어나자 3학년 김미정(19) 양은 순찰근무 일지 특이사항 항목에 '취재'라고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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