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교조, 법 지키면서 노조 지키는 길 가라

법원이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내려진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해직된 교사에게 조합원 지위를 부여한 전교조 규약이 법에 어긋난다며 고용노동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을 계기로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판결을 받아내 교육정책에 영향력을 키우려던 전교조의 주장은 동력을 잃게 됐다.

이번 판결은 사실 전교조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고용부는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에 어긋난다며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전교조는 이를 무시했다. 이 조항은 근로자가 주체인 노동조합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함으로써 자주성 및 독립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정된 것이다. 고용부는 이를 어긴 전교조에 지난해 10월 '법외노조'임을 통보했고, 전교조는 이를 법정으로 들고 갔다. 전교조 주장대로 조합원 6만여 명 가운데 해직자는 단 9명이다. 결국 이들 9명을 지키기 위해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전교조는 15년 만에 노조로서의 법적 지위를 잃었다. 노조 전임자 72명도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노조 명칭을 공식적으로 쓸 수 없고 단체 교섭권도 잃게 됐다. 전교조는 즉각 항소할 방침을 밝혔다. 일부에선 법외노조가 된 전교조가 더 강경한 투쟁에 나서 교육계가 큰 갈등에 휩싸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하지만 1심 판결의 근거와 논리를 보면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판결 후 전교조와 교육부 간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왔더라면 교육계의 내홍은 더 깊어졌을 것이다. 면죄부를 얻은 전교조가 노골적으로 정치개입, 이념투쟁의 길로 들어섰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전교조가 가야 할 길은 뻔하다. 스스로 불법을 해소해 합법노조의 지위를 다시 얻는 것이다. 그것은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이룰 수도 있고 현행법을 고쳐서 얻을 수도 있다. 해직자 문제를 해결해 가는 길은 간단하고 교원노조법 개정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교육 현장을 맡고 있는 전교조는 실정법을 먼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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