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기 3시간전부터 포항야구장 붉은 물결

23일 월드컵 알제리전 응원을 위해 포항야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23일 월드컵 알제리전 응원을 위해 포항야구장을 찾은 시민들이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23일 오전 3시.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 응원장소인 포항야구장에는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당초 포항시는 경기시작 1시간 전인 오전 3시부터 응원전을 시작할 생각이었으나 예상보다 훨씬 일찍부터 사람들이 모여드는 바람에 오전 1시쯤 야구장 문을 개방했다.

박정민(포항세화고 2년) 군은 "친구들과 같이 응원한 뒤 등교하기로 약속하고 아예 어제(22일)부터 밤을 새웠다"면서 "1골이든 2골이든 상관없다.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포항야구장을 찾은 시민들은 경기 시작 전 이미 1천여 명(경찰서 추산)을 넘어섰다.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응원객들이 계속 모여든 탓에 이날 포항야구장은 건립 이래 최초로 관중석이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이강덕 포항시장 당선인은 "우리 팀의 승리가 요즘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재난으로 실의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모처럼 즐거운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고조된 함성은 전반 26분 알제리의 선취점을 시작으로 연속 3골을 실점하면서 잦아들었다. 전반전이 마무리되자 실망한 마음과 출근시간 등이 맞물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자리를 떴다. 하지만, 나머지 응원객들은 끝까지 남아 두 손을 모으고 우리 팀의 승리를 간절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염원이 하늘에 닿았을까. 후반 시작 5분 만에 손흥민 선수의 추격골이 터지자 침울했던 야구장은 이내 함성으로 가득 찼다.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던 응원가와 나팔소리가 다시 터져 나오며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쉽게도 전'후반 90여 분의 경기가 모두 끝나고 패배가 확정된 순간에도 응원객들은 경기의 열기를 이어가며 다음 벨기에전에서 우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박고은(24'취업준비생) 씨는 "비록 졌지만 우리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경기를 치른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다음번에 이기면 된다. 우리도 꼭 응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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