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종철의 View] '넋 잃은 전반전' 정신 차렸지만…

벨기에전 마지막 투혼 보여달라

마치 대한민국 B팀(후보)과 A팀(주전)이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눠서 알제리를 상대한 것 같았다. B팀은 슈팅 한 번 때려보지 못하고, 허술한 수비로 3골을 내주며 융단폭격을 당했다. 반면 A팀은 주전답게 비등하게 잘 싸웠고, 스코어에서도 2대1로 이겼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한 경기에서 전반과 후반에 180도 다른 경기력을 드러내며 결국 90분 경기에서 2대4로 패했다.

가나, 토고와의 평가전에서 지적됐던, 기본이 안 된 수비가 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러시아전에서는 어느 정도 수비 불안이 해소됐다고 생각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안고 있었다. 잠복한 수비 조직력 불안은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알제리전에서 고질병처럼 도졌다. 전반 3골과 후반 1골 모두 수비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마치 넋을 잃고, 제 할 일을 잊어버린 선수들 같았다. 알제리는 이미 벨기에전을 통해 공격 축구를 펼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알제리의 저돌적인 공격 축구에 대한 대비책과 전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선수 시절 최종 수비수로 팀의 정신적 기둥 역할을 했던 홍명보 감독이 왜 수비 불안으로 패배를 지켜봐야 했는지 안타깝다.

후반전에서는 우리 팀의 근성과 투지를 봤다. 이 근성과 투지는 좋은 움직임으로 나타났고, 손흥민과 구자철의 골로 이어졌다. 첫 번째 골이 손흥민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골이었다면 두 번째 골은 러시아전 첫 골을 넣은 이근호의 어시스트가 돋보이는 골이었다. 이근호는 골대 앞에서 욕심을 버리고, 구자철에게 골 도움을 줬다. 수비진도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조직력을 회복하는 듯했지만 결국 또 네 번째 골을 내주며 역전의 희망을 저버리게 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냉정하게 보면 현재 한국의 경기력은 조별리그를 통과하기에 역부족이다. 전 세계 축구의 흐름인 송곳 같은 패스에 이은 슈팅 찬스, 화려한 개인기를 지닌 골잡이, 정교한 세트피스(코너킥, 프리킥 등), 정확도를 겸비한 유기적인 패싱 연결 등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대표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다. 벨기에전에서 져도 좋으니 투혼을 발휘해라. 희박해 보이는 행운이 따라 주길 바랄 뿐이다.

백종철 대구FC 전 감독 cjf13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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