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명보-빌모츠, 45세 동갑내기 세 번째 승부

90·98대회 선수로 만나…대표팀 세트피스 훈련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전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의 페드로 바소 경기장에서 한 시간가량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훈련은 전면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선수 인터뷰나 취재진이 개별적으로 선수를 잠깐이나마 만날 수 있는 '믹스트 존'(Mixed zone)은 운영되지 않았다.

훈련 모습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것은 선수들의 훈련 집중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벨기에전을 앞두고 '필승 해법'을 찾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날 자정쯤 '결전의 땅' 상파울루에 입성하는 대표팀은 26일에는 경기가 열리는 코린치앙스 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하기 때문에 '실전용 호흡'을 맞춰보기는 어렵다.

대표팀은 이구아수에서의 마지막 훈련에서 분위기 살리기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두 명씩 짝을 짓고 조끼를 든 조가 술래가 돼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다른 선수들을 잡는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며 "알제리전 참패로 가라앉은 선수단 분위기를 띄우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본격적인 훈련에선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골 결정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인 만큼 정교한 마무리가 절실하다. 아울러 알제리전에서 노출한 수비 허점에 대해서도 선수들과 교감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7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홍 감독과 마르크 빌모츠 벨기에 감독은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1969년 동갑내기인 두 감독은 이번이 월드컵에서 세 번째 조우다. 선수 시절인 1990년 이탈리아 대회,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 맞대결을 벌였고 감독으로서 다시 만났다.

한국은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벨기에에 0대2로 패했다. 공격수인 빌모츠 감독은 벤치를 지켰고 홍 감독은 전'후반 90분을 모두 뛰었다. 프랑스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격돌,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 경기에서 두 감독은 모두 풀타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하지만 두 감독이 처한 상황은 천지 차이다. 벨기에는 알제리'러시아를 연파하면서 일찌감치 16강에 안착했지만 홍 감독에게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빌모츠 감독은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주전 가운데 최소한 2명은 벤치에 앉혀두겠다"며 여유를 보이고 있지만 알제리전 종료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응원해주신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했던 홍 감독으로선 지도자 인생의 최대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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