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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서각의 시와 함께] 절벽-송재학(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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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은 아랫도리를 본 적 없다

절벽이다

진달래 피어 몸이 가렵기는 했지만

한 번도 누구를 안아본 적 없다

움켜쥘 수 없다

손 문드러진 천형(天刑) 직벽이기 때문이다

솔기 흔적만 본다면

한때 절벽도 반듯한 이목구비가 있었겠다

옆구리 흉터에 똬리 튼 직립폭포는

직벽을 프린트해서 빙폭을 세웠다

구름의 풍경을 달았던 휴식은 잠깐,

움직일 수도 없다

건너편 절벽 때문이다

더 가파른 직벽과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로 여는 세상』 2014년 봄.

절벽을 보면 대개 그 예사롭지 않은 풍경에 감탄하지만, 시인은 절벽의 긴장감에 주목한다. 이 시에서 절벽은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가파름을 유지하려는 팽팽한 긴장감의 상징이다. 건너편 절벽보다 더 가파르게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그 존재 이유이다.

아랫도리를 볼 여유도 없다. 누구를 안아본 적도, 잠깐 휴식할 여유도 없다. 오로지 직벽을 유지하려는 일 외에 어떤 마음의 여유도 갖지 못한다. 화자는 이를 천형이라 했다. 천형은 하늘이 준 형벌이기에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마치 김수영의 '폭포'가 곧은 소리를 내기 위해 주야로 쉬지 않고 떨어지는 것과 같이 송재학의 '절벽'은 직벽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한다.

송재학은 현대인의 내밀한 내면세계의 섬세함을 노래하는 시인이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긴장하기를 요구한다. 잠시 여유를 가지거나 한눈을 팔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온전한 자리매김을 할 수 없다. 자기 자신과 혹은 타인과의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 이제 절벽에게도 여유를 주고 싶지 않은가? 절벽이여, 꽃도 걸어 놓고 구름도 걸어 놓고 잠시 쉬시라.

시인 kweon51@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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