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헛다리를 너무 많이 짚었다. 대선 댓글 사건과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부적격자를 기용하려는 인사 난맥, 경제 민주화 등 대선 핵심 공약의 후퇴, 세월호 참사로 대표되는 국민 안전에 대한 무능 등 좋은 점수를 줄 구석이 별로 없다. 21세기에 민주주의 후퇴 논란이 나오고 정치의 기본인 소통이 부재하고 민생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진지한 반성을 토대로 국정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나 변화 가능성이 없어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여야 대표와 회동했다. 그 자리에서 야당 측은 김명수, 정성근, 정종섭 등 문제가 많은 장관 후보자의 교체를 주장했고 대통령은 참고하겠다고 했다. 이로 말미암아 대통령이 야당의 뜻을 받아들여 장관 후보자 교체 폭이 2명 이상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김명수 후보자만을 지명 철회해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고 정성근, 정종섭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뜻을 비쳤다. 야당이 즉각 반발하면서 정국이 다시 냉각되자 정성근 후보자가 16일 사퇴했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전혀 적절치 않은 인물들이다. 정성근 후보자는 인사 청문회에서의 위증과 청문회 도중 폭탄주 회식 등으로, 정종섭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군 복무 시절 학업 특혜 의혹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 국민 상당수도 부적절한 인사라고 지적했는데도 박 대통령이 잘못된 인사를 밀어붙이려 했다면 제대로 된 정치라 할 수 없다. 국회, 야당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국민 여론도 거스른 채 제갈 길만 가겠다는 데에서 엇나간 오기가 느껴진다.
박 대통령의 인사 난맥 현상은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 부적격자가 많아 결격 사유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들이 공직에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출범 때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최근에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낙마 후에 사의를 밝힌 총리를 다시 눌러 앉히는 초유의 일도 있었다. 최근 개각 대상자 중 15일 임명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이병기 국정원장 등도 결격 사유가 적지 않았으나 김명수, 정성근 후보자 등의 그늘(?)에 가려 자리에 안착할 수 있었다. 또 대통령의 인사는 소통 부재의 이미지를 안기고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하지 않을 만큼 너무나 고집스러워 절망감을 자아내게 한다.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서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선출됐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뜻만 좇고 눈치를 살피던 친박계의 몰락이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지도 않은 시점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결과로, 대통령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를 향해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으므로 정부와 건설적인 협의를 통해 국정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변화가 일어날지는 회의적이다. 여당이 바뀌어도 청와대가 바뀌지 않는다면 오히려 불협화음만 커져 정국 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 개조'와 '국가 혁신'을 언급했다. 혁신을 꾀하려면 인적 쇄신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데 인사 난맥의 핵심으로 꼽힌 김기춘 비서실장이 건재한 데서 그 말의 진정성을 느끼긴 어렵다. 개각에 나섰으나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 법의식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며 그 때문에 개각이 주는 효과도 떨어졌다. 대통령의 다짐과 말을 믿기 어렵고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어떻게 앞날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쇄신이라고 할 수 없는 인적 쇄신으로 '국가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얼마나 안이한 생각인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안이한 국정이 계속되는데 청와대 참모들이나 각료들은 무엇 하는 사람들인가.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격언은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명제이며 이를 놓친다면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야당의 주장에 귀 기울이고 국민의 바람을 잘 살펴야 한다. 국정원 개혁 등 민주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경제 민주화 등 애초에 내걸었던 공약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문제가 많은 인사를 과감히 내치는 인사 혁신도 빼놓을 수 없다. 국면을 풀 정답들은 이전부터 무수히 제공됐는데 도대체 오답지를 언제까지 붙들고 있으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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