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중근 의사 유묵 '경천' 서울대교구에 기증

가톨릭 신앙 담긴 유일한 휘호…서울 잠원동본당 5억9천 낙찰

사진=안중근 의사 유묵 휘호
사진=안중근 의사 유묵 휘호 '敬天'. 연합뉴스

시복 추진이 논의되고 있는 안중근(1879~1910'세례명 토마스) 의사의 유묵 휘호 '敬天'(경천)이 서울대교구에 기증된다.

안 의사는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후 붙잡혀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후 사형 집행을 앞두고 1910년 2월부터 뤼순 감옥에서 일본인의 부탁으로 모두 64점의 휘호를 남겼다. 이 중 26점이 국내에 들어와 국가 지정 문화재인 보물 제569호로 지정돼 있다.

이번에 서울대교구에 기증되는 경천은 안 의사가 남긴 휘호들 중 유일하게 그의 가톨릭 신앙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휘호는 안 의사가 1910년 3월 빌렘 신부를 만나 고해성사를 받기 전후에 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경천은 하늘의 이치에 따라 국가와 국민이 스스로 본분에 맞게 도리를 지키고 양심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천주교에서는 하느님을 공경하라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경천은 박삼중 스님(서울 보덕사 주지)이 일본에서 매입해 안 의사의 순국일 다음날인 지난 3월 27일 서울옥션 경매에 내놨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당시 시작가는 7억원이었다. 결국 경천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동생이 주임신부로 있는 서울 잠원동본당(주임신부 염수의)이 이달 9일 5억9천만원에 낙찰받아 서울대교구에 기증하기로 했다. 잠원동본당은 3년 전부터 신자들 사이에 교회사와 사료에 대한 관심이 쏠리면서 경천 구입을 추진했고, 매년 조금씩 모아 놓은 일반예산을 구입비로 활용했다.

조광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이달 13일 서울 잠원동본당 주일미사에서 "경천은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면 보물 제569-27호가 되기 때문에 230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가 한국문화나 역사에 기여가 없었다는 오해의 소지를 막을 수 있다"며 "서소문 순교성지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교회사박물관에 경천이 전시된다면 박물관의 격이 높아질 것이다. 안 의사의 정신을 오늘날 신자들이 실천하는 데 상징적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천은 현재 서울옥션에 보관 중이며 8월 초 박삼중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염수정 추기경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연합뉴스'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