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봉해 인기를 얻은 영화 '수상한 그녀'(2014)에는 사진관이 등장한다.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 분)을 스무 살 아가씨 오두리(심은경 분)로 바꿔 준 청춘사진관이다. 이곳에 우연히 영정사진을 찍으러 온 말순은 마법처럼 스무 살 적 외모로 돌아가 어려웠던 시절 못 다 경험한 청춘을 만끽한다.
실은 청춘사진관보다 더 유명한 영화 속 사진관이 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초원사진관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30대 초반의 사진관 주인 정원(한석규 분)과 20대 초반의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 분)의 사랑을 품은 공간이다. 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은 그들의 사랑을 추억으로 남겨주는 도구다.
음반도 그런 도구다. 8월의 크리스마스 OST(1997)는 영화 주제곡과 배경음악 등 19곡을 수록했다. 가장 귀를 끄는 곡은 한석규가 직접 부른 '8월의 크리스마스'다. 한석규는 1984년 MBC 강변가요제 출신이다. '덧마루'라는 그룹 멤버로 출전해 장려상을 받았다.
'이제 너를 남겨두고 나 떠나야 해. 사랑도 그리움도 잊은 채로. 고운 너의 모습만은 가져가고 싶지만, 널 추억하면 할수록 자꾸만 희미해져.(중략) 지금 이대로 잠들고 싶어. 가슴으로 널 느끼며.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고 싶어.' 노랫말처럼 극 중 정원은 다림의 사진을 사진관에 걸어 두고 생을 마감한다. 영화에서 엔딩 자막과 함께 흐르는 곡이다.
이 밖에도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된 잔잔한 곡들, 관현악 오케스트라 세션을 활용한 풍성한 연주곡들이 영화의 심상을 전한다. 또 산울림의 원곡을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한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와 일기예보가 크리스마스 캐럴 스타일로 부른 '해피 크리스마스'처럼 발랄한 곡들도 있다.
음악 감독은 이 영화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봄날은 간다' (2001), '인어공주'(2004) 등 여러 국내 영화 히트작의 음악을 맡은 조성우 작곡가다.
이 앨범은 영화에 대한 설명과 제작 노트, 주요 장면 사진 등을 음반 속지에 상세하게 담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전북 군산에 지은 초원사진관 세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이제 군산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동네 한 어귀의 공터를 빌려 지은 초원사진관 세트는 영화를 촬영한 3개월 동안 군산시민의 좋은 구경거리가 됐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심은하와 한석규를 보기 위해 일부러 사진관 앞으로 지나다니는 차량, 근처 여학교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나와 질러대는 소리 때문에 제작팀은 애를 먹곤 했다. 세트를 짓고 처음 얼마 동안 동네 주민들이 새로 생긴 사진관인 줄 알고 사진을 찍으러 오기도 했다."
초원사진관은 지금도 군산시 신창동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영화 속 정원과 다림이 그랬던 것처럼 사진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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