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 앞 회오리치는 바다에서 부서지는 배들은 외지 건설사의 파상공세에 나가떨어지는 지역건설사 같았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의 의지로 왜군과 싸운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현재 우리 지역 건설업계에 꼭 필요한 모습이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이 개봉 12일만에 천만 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18일 누적관객 1천500만 명이라는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와중에 대구경북 건설업계에서도 '명량' 바람이 불고 있다. 왜란때 국토가 유린됐던 것처럼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역외 건설사의 파상공세 속에서도 토종건설사(화성, 서한, 동화주택, 태왕)가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영화 줄거리와 닮아서다. 건설사 관계자는 "술자리나 모임 등에서 영화 '명량' 이야기가 건설인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현재의 대구 건설 상황과 영화가 비슷하다는 얘기도 많다"고 했다.
분양광고전문대행사 (주)애드메이저 2013년 주택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대구지역에 분양한 아파트 총 24개단지 1만6천631가구 중에 지역 업체가 공급한 것은 6개단지 3천482가구다. 가구 수로 보면 전체 물량의 21%만 지역 업체가 분양을 했고 나머지 79%는 역외업체 차지였다. 올해도 상황은 별반다르지 않다. 2014년 대구지역 신규분양예정물량 1만5천922가구 중에 지역 업체는 3천797정도로 24%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화성, 서한을 필두로 지역 건설사들은 대구 분양 시장을 주도하며 선전했다. 서한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역 분양 시장의 불확실성이 팽배했지만 '경산 펜타힐즈 서한 이다음'을 성공시켰다. 지역 분양시장에 불을 지핀 것. 이어 혁신도시, 테크노폴리스, 달서구 도원동 등에서 6개 단지를 내리 완판했다. 달서구 대곡지구 부지의 입찰 전쟁에서도 9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낙찰받았다.
화성산업, 동화주택은 지역 건설의 자존심을 지켰다. 화성은 침산동 화성파크드림을 성공했고 테크노폴리스에서도 100%분양에 성공했다. 테크노폴리스의 경우 비슷한 시기 지구내 역외 업체가 분양했던 단지의 분양 성적이 저조했던 것을 감안할 때 대구 건설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동화주택은 지역 건설사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서재지구 1'2'3차 단지 3천여 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했다. 리코씨앤디 전형길 대표는 "지난해 분양 성적과 도급 순위 상승은 지역 건설사들이 좋은 입지와 합리적 분양가, 우수한 품질로 역외 업체 공세에 맞선 성적표다"고 했다.
건설 CEO와 건설 단체장들은 아직까지 대구는 남은 12척의 배가 있다고 했다. 올 하반기에도 녹록지 않은 분양 시장에서 토종의 힘을 보여주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화성산업 관계자는 "과거 청구, 우방 등 전국을 호령했던 지역 건설사들의 뿌리와 업무 노하우는 고스란히 지역 건설사들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속적인 직무교육과 소통을 통해 협력업체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인 것은 오늘날 대구 건설사들의 최대 강점이다"고 했다.
최근 명량해전의 격전지였던 전남 진도군 군내면에 위치한 물목을 둘러봤다는 서한 조종수 대표는 "이순신 장군이 물 때를 이용해 왜군을 대파했듯 대구 사정을 잘 아는 토종 건설사는 앞으로도 역외 업체의 분양 공세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태왕 노기원 대표는 영화에서처럼 대구 건설사들의 최대 무기는 바로 지역민들이 토종기업에게 보내는 애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에서 왜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기적은 운좋게 만난 물때가 아니라 바로 애국심이라고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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