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상 29% 공익, 30% 병역 면제? 신검기준 고무줄 잣대

발목뼈 골절 진단 받은 환자 병원선 "5급" 신검선 "4급"

이모(20'부산 사하구) 씨는 2009년 5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선천적 발목뼈 골절 및 박리성 골연골염(연골이 뼈에서 벗겨지는 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의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기록을 살펴본 대구의 대학병원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골절 부위에 따라 4분의 1이 넘는 곳도 있어 병역 5급(면제) 판정이 나올 수 있겠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해 6월부터 받은 5차례 징병 신체검사에서 매번 4급(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 이승근(55) 씨는 "똑같은 판정 기준에 따라 면적을 쟀는데 병원과 신검의 평가가 다르니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병무청의 신검 질병'장애 평가 기준이 애매해 검사자의 판단에 따라 등급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질환'장애가 있는 사람의 신검 등급은 국방부의 '징병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속 판정 기준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으나, 질환 부위의 비율'심각성을 수치화하기 어려워 등급 결과에 따라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가령 2도 화상을 입은 사람은 화상 부위가 전체 피부의 10% 미만이면 2급, 10~30% 미만이면 4급, 30% 이상이면 5급을 받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전체 피부와 화상 피부의 면적을 정확히 수치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두 등급의 경계에 있을 땐 판정을 놓고 시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뿐 아니다. 부위에 따라 질환의 정도가 달리 측정될 수 있어 판단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철현 영남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내상이 있는 환자는 내시경을 통해 직접 살피지 않은 채 MRI 등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신검 담당의가 어떻게 평가했는지, 검사 장비가 확인하는 단면이 어느 곳인지에 따라 등급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달 8일 중앙신체검사장(대구)에서 만난 최모(20'전북 군산) 씨는 "폐농양 수술을 받았다. 앞서 지방병무청 검사에서는 3급을 받았다. 그곳 담당자는 '폐활량 회복 수준에 따라 3급(현역) 아니면 5급이 나올 수 있으니 재검사를 받아 보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신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례도 많다. 대구지방병무청에 따르면 신검 등급에 대한 이의 제기가 대구경북 통틀어 지난해에 204건,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119건에 이른다. 재심사 후 등급이 바뀐 경우도 지난해 25건, 올해는 21건이다. 병무청은 다른 항목에서라도 하위 등급을 받으면 이 등급을 따르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신검 군의관은 여러 기준을 모두 고려해 등급 판정을 한다. 그래도 어렵다면 중앙신체검사소에서 재검을, 재검에서도 해결되지 않으면 군의관과 외부 의료진들이 심의위원회를 열어 판정한다. 필요한 경우 민간 병원에서 위탁 검사도 한다. 징병과 무관한 외부 의사들의 소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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