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야간 근무에 임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지는 야간근무라 각자 밀린 업무를 소화하고 시간이 남으면 취미생활을 하거나 구조대원으로서의 강인한 체력을 키우기 위한 체력단련 등을 하던 중이었다. 새벽까지 출동도 없이 하루가 조용하게 지나가는 듯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오전 5시를 조금 넘어섰을 때쯤 어김없이 출동지령이 내려왔다.
"○○구조대, 구조출동! 달성공원 내 독수리 2마리 탈출, 주민 위협을 하고 있는 상태! ○○구조대, 구조출동하세요!"
출동지령을 들은 우리 구조대는 천근만근인 몸을 이끌며 긴급히 출동했다. 어느 직장이든 야간근무는 생활 밸런스가 무너지기 때문에 힘든 건 마찬가지겠지만, 본연의 업무인 구조출동을 하기 위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출동에 임했다.
출동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 '웬 독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은 독수리는 몇 번 출동을 한 경험이 있었지만 몸집이 큰 독수리 포획은 해보지 않았기에 긴장 반 호기심 반으로 출동했다. 출동을 하는 구조차 안에서 우리는 서로 팀장님을 중심으로 어떻게 포획을 할 것인지 구조 방향을 정하며 각자 머릿속으로 독수리 포획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채 구조현장으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갔다.
새벽이라 도로는 한산했고 우리가 있는 소방서에서도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독수리가 시민을 위협하고 있고 더군다나 날아다니는 조류여서 지체하지 않고 현장에 도착하였다. 신고자는 달성공원 입구에 나와 우리 대원들을 인도했다. 동물포획장비를 휴대하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우린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와, 뭐 저런 독수리가 다 있지?"
현장에 도착해서 확인을 해보니 TV '동물의 왕국'과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아주 큰 독수리가 새장을 탈출해 공원을 배회하고 있었다. 한 마리는 공원 벤치에, 한 마리는 공원 중앙에 앉아 있었다. 독수리는 시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는 않지만 철망 안에서 탈옥한 독수리는 가만히 있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포획망에는 들어가지도 않을뿐더러 보는 것만으로도 위험성이 느껴졌다.
우리가 다시 한 번 구조방법을 논의하려던 찰나 달성공원 내 관리인이 조그마한 잠자리채를 가지고 와서 잡으려고 했다. 솔직히 우리는 '저런 자그마한 잠자리채로 뭐 어쩌시려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우리 구조대가 2개 조로 나뉘어 포획을 시도하려는 순간, 벤치 쪽에 있던 독수리를 관리자가 조그마한 잠자리채로 잡아버렸다. 관리자는 빨리 도와달라며 소리쳤고 수색 1조는 관리자를 도와 독수리 눈을 가린 채 우리 안에 가두었다. 남아 있는 1마리 독수리를 잡으러 가려는 그때, 독수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지상에서 3m 높이로 날아 약 50m를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정말이지 날개를 펴니 완전 거대한 괴물같이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며 높이 날지는 못한 채 순식간에 이동해 공원 안쪽에 착지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잡으려 했던 독수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 종이며 바로 하늘 위로 높이 날지는 못한다고 한다.
우리는 재빨리 뛰어가서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독수리를 몰았다. 그물망을 든 채 일격필살의 마음가짐으로 포획을 시도하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갈 때 독수리도 눈치를 살피며 살살 움직였다. 그때, 구조대원이 몸을 날려 그물망을 덮었다. 만약 이번에 놓치면 날아갈 수도 있고 포획이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119구급대원 아니겠는가! 드디어 포획에 성공했다. 결국 탈출한 나머지 한 마리의 독수리까지도 우리에 가두어 두고 나왔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이 독수리가 탈옥(?)을 한 것인지 궁금하던 찰나 조류사육장 철망이 파손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관리자의 말을 들어보니 누군가가 들어와 고의로 사육 중이던 독수리를 포함한 원앙 등 조류사육장 철망을 절단기를 이용하여 절단한 것이었다. 독수리를 포함한 다른 조류도 관계자들이 빨리 움직인 덕에 안전히 우리에 가둘 수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철조망을 절단한 것은 분명한 범죄행위이고 하루빨리 범인이 잡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연으로 돌아가 날고 싶어하는 새의 본능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가두어 두는 것은 아닌지 하는 씁쓸한 기분을 가진 채 '앞으로는 이런 출동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소방서로 복귀했다.
김국진 대구중부소방서 119구조대 소방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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