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린이를 위한 추석 이야기3 -우리 추석에는 어떤 놀이를 했을까?

의성의 가마싸움.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동영상 캡처
의성의 가마싸움.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동영상 캡처
군위의 지애밟기 한국세시풍속사전
군위의 지애밟기 한국세시풍속사전
소놀이. 영주시청 홈페이지
소놀이. 영주시청 홈페이지

옛 조상들은 추석이 다가오는 음력 8월을 계절의 으뜸이라 여겼어요. 한 해 농사가 거의 마무리돼 가는 데다 각종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면서 모든 것이 풍성한 때가 바로 추석 전후였거든요. 그래서 조상들은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 말할 정도로 추석을 좋은 날로 여겼답니다.

그렇다면 추석은 어떤 놀이를 하며 지냈을까요? 조상들은 추석 놀이를 단순히 놀이로만 여기지 않고 다음 해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고 예측해보는 의미를 넣기도 했다고 해요. 그렇다면 조상들이 추석에 했던 놀이를 한 번 살펴볼까요?

◆경북 지방에 전해져 오던 놀이

▷의성의 '가마싸움'=대구경북지역은 추석이 되면 어떤 놀이를 하며 놀았을까요? 의성 지역에는 추석이 되면 '가마싸움'이란 걸 했대요. 가마싸움이란 가마와 기를 든 선수들이 상대편의 가마를 부수거나 깃발을 빼앗으면 승리하는 놀이에요. 원래는 의성의 서당 학동들이 추석 즈음에 맞는 방학을 이용해 했던 놀이라고 하는데요, 학동들은 추석을 앞둔 장날이 될 때쯤 마을별로 모여 가마를 만들고 전략을 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군요. 그다음에 추석이 되면 가마싸움에 참가하는 학동들은 마을의 너른 공터에 모이는데요, 이때 가마싸움에 참가하는 학동들의 대표인 접장의 명령에 따라 가마를 이리 움직이고 저리 부딪히며 싸움을 전개해 나간답니다.

싸움에 이긴 편은 빼앗은 기를 높이 들고 기세등등하게 마을을 누비고 다니는데요, 그 승리의 행렬이 자신의 서당 앞에 이르러서야 가마싸움놀이가 끝이 난대요. 마을 사람들도 가마싸움을 지켜보며 계속 응원하는데요, 가마싸움에 이긴 서당에서는 그 해 과거시험에 급제하는 학동이 많이 나온다는 믿음이 있대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과 학동의 부모들이 자기편이 이기기를 열렬히 응원한다고 해요.

▷군위의 '지애밟기'=군위에서는 추석 다음 날 밤에 '지애밟기', 또는 '기와밟기'라는 놀이를 한대요. 아랫마을과 윗마을의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모이면 일렬로 서서 등을 굽혀 '인간 기와'를 만들어요. 그 위에 한 여인이 올라서는데 이 사람을 '기와장이'라고 한답니다. 기와장이는 막대기를 잡고 양옆에서 부축을 받으며 인간 기와를 밟기 시작해요. 양편의 기와장이가 대결해 상대 기와장이를 땅에 떨어뜨리거나 막대를 빼앗으면 이긴다고 해요. 군위의 기와밟기와 비슷한 놀이로 안동의 놋다리밟기도 있는데, 놋다리밟기는 정월 대보름에 한다는 점이 군위의 기와밟기와 다른 점이예요.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도 많아

추석은 수확의 계절에 있는 명절인 만큼 다음 해 농사의 풍년을 비는 마음을 담아 노는 놀이가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놀이가 강강술래와 소놀이입니다.

▷강강술래=전라남도 해안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민속놀이지만 지금은 전국에서 즐기는 민속놀이가 됐어요. 기록에 의하면 강강술래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많아 보이게 하기 위해 마을 여인들에게 남자 옷을 입혀 강강술래를 돌게 했다고 해요. 주로 젊은 여성들이 참여했는데, 집 안에만 머물며 밖에 나가기 힘들었던 여인들이 자유롭게 사람들과 어울려 밤새도록 놀 수 있는 놀이가 바로 강강술래였지요.

동쪽 하늘에 보름달이 모습을 보이면 동네 여인들은 서로 손을 잡고 둥근 원을 만들며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해요. 둥근 원을 만들어 나가면서 부르는 소리가 바로 '강강술래'였습니다. 소리는 목청이 좋은 사람이 가장 앞에 서서 시작하거나 아예 중간에 서서 먼저 시작했지요.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돌면서 후렴구인 강강술래를 따라 했습니다. 지역마다 소리의 내용은 달랐지만 시작 부분에서는 느리게 진행되다가 차츰 빨라지고 끝 부분에는 다시 느려지는 리듬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농촌 지역에서는 농사와 연관된 풍요를 기원하는 노래를, 어촌이나 섬에서는 배 한가득 고기가 잡히길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며 강강술래를 돈답니다.

▷소놀이=남자들은 '소놀이'를 하면서 풍년을 기원했대요. 마을 사람들이 모이면 남자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멍석으로 만든 소 탈을 써요.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소를 한해에 농사를 잘 지은 사람이나 마을의 부농(富農)에게 데려가 대문 앞에서 "소가 배가 고프고 구정물을 먹고 싶어 왔으니 달라"고 외쳐요. 그러면 집주인이 나와서 일행을 맞이하고 마을 사람들은 집 마당에서 농악을 치며 노래하고 춤추면서 놀이를 벌여요. 그러면 집주인은 술, 떡, 찬을 차려서 이들을 대접한 뒤 한바탕 어울려서 풍악을 즐겨요. 다 놀았다 싶으면 마을 사람들과 소는 다른 집에 가서도 이 놀이를 반복하며 해가 질 때까지 논대요.

◆빠질 수 없는 힘겨루기

▷씨름=추석이 되면 TV에서 '추석장사씨름대회'를 중계해 줄 때가 있죠? 추석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명절에 빠지지 않는 민속놀이 중 하나가 바로 씨름이에요. 예전에는 힘깨나 쓴다는 씨름꾼들이 마을의 대표선수가 돼 다른 마을 사람들과 겨루었는데요, 더 이상 도전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힘을 겨뤘다고 해요. 특히 이기는 편의 마을은 그해 혹은 이듬해의 풍년을 보장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더욱 열심이었답니다.

▷줄다리기=힘겨루기에는 '줄다리기'도 빠지지 않아요. 옛 문헌인 '동국세시기'에는 "제주도 풍속에 매년 8월 보름날 남녀가 함께 모여 노래하고 춤추며 좌우로 편을 갈라 큰 줄을 양쪽에서 잡아당겨 승부를 가린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줄다리기도 추석 때 옛 조상들이 즐겨 하던 놀이였답니다. 줄다리기를 하다가 줄이 중간에서 끊어져 양편이 모두 땅에 자빠지면 이마저도 큰 구경거리가 됐대요. 줄다리기는 대부분 동네에서 동편과 서편으로 갈라서 힘을 겨루는데 "서편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해서 서편이 이기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았대요.

이 외에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도 많아요. 윷놀이, 공기놀이뿐만 아니라 산가지를 쌓거나 쌓여 있는 산가지를 무너뜨리지 않고 빼는 산가지놀이, 삼각형'사각형으로 된 조각을 이리저리 맞춰 새로운 모양을 만드는 칠교놀이 등이 대표적이죠.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나는 추석에 스마트폰과 TV에 빠져 있기 보다는 민속놀이 이야기를 하며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요?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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