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학 박사 김미애 교수의 부부·가족 상담 이야기] 아내의 외도 흔적, 속 끓이는 남편

▶고민: 저는 작은 회사에서 쥐꼬리만 한 봉급을 받는 가장입니다. 그러니 경제문제로 부부싸움이 잦은데 아내는 아이들 앞에서 제 능력을 무시하고 식사 때도 밥이 목에 걸리도록 잔소리를 하며 사람 취급을 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잦은 음주와 늦은 귀가, 그리고 이성을 만나는 등 가정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내가 되갚음이라도 하듯 다이어트를 하고 사치하더니 무엇엔가 홀린 듯 외출이 잦았습니다. 급기야 아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습니다. 아내는 그 남자에게 소녀처럼 정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요리조리 거짓말만 하고 집안 살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핑계로 빠져나가기만 합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솔루션: 그간 충분치 못한 생활비를 주고 사느라 마음이 힘들었을 남편에게 경제적 해결방안을 함께 찾기보다는 남편의 능력을 비난하기만 하는 아내 모습에 귀하는 마음이 힘들고 외로웠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남편은 자기의 힘든 마음과 아내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을 대화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술과 늦은 귀가로 이성과 오해받을 일만 해오고 말았네요. 아내 또한 경제적으로 쪼들려 힘든데다 남편의 사랑과 관심조차 받지 못해 외로웠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남편은 한 술 더 떠 이성들을 만나느라 가정에 소홀했으니 부부관계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급기야 남편이 주어야 했을 자상함과 따뜻한 관심을 제3의 남성으로부터 받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잘못된 만남까지 갖기 시작해 버렸네요. 남성에게 빠져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행복해하고, 철없는 아내의 모습을 보는 남편은 너무나 큰 절망감과 고통을 느꼈을 것입니다. 현재 남편의 심경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아내의 일탈에 당황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외로움과 절망감까지 느껴 행여 아내가 떠나가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초조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선 이 일을 해결하려면, 부부문제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아내는 왜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 빗나간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아내 개인의 성향 문제일까. 아니면 부부 상호 간에 주어야 할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부부의 심리적 환경의 문제가 원인이었을까'를 돌이켜 보는 탐색이 필요합니다. 귀하의 경우는 후자 쪽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는지요. 그렇다면 아내와 지금 협상의 대화를 시작하세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지금 귀하의 곁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귀하가 아내와 협상할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이며 가능성입니다. 지금 아내에게 말하세요. 아내의 일탈에 남편으로서 자기의 과거도 후회스럽고 미안함을 느낀다고요. 또 예기치 못했던 아내의 일탈에 대해 당황스럽고 또 아내가 떠날 것 같은 절망적인 불안에 대해서도 말하는 게 필요합니다.

어쩌면 아내는 그 대화에서, 남편이 자기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만남의 시간'을 통해 아내가 필요로 하는 사랑을 준다면 아내는 당신의 품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게 되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