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밥 이야기/김석신 지음/궁리 펴냄
음식과 사람의 관계, 음식의 정의, 음식윤리, 음식과 신분의 관계, 음식과 인생의 역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식품공학자인 지은이에게는 젊은 시절 '숟가락을 들고 먹기 전에, 도대체 왜 먹는 거지?'라고 열변을 토하던 친구가 있었다. 겉으로는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이 지금껏 머릿속에 남아 있고, 식품공학자로 살면서 정말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철학적인 질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음식과 관련해 떠오른 수많은 생각과 음식 관련 이야기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난 왜 먹을까. 난 왜 먹다가 멈추기를 어려워할까. 난 왜 한 끼만 굶어도 온종일 먹을 것만 생각할까. 난 왜 매일 밥을 먹는가. 난 왜 밥 대신 감자를 먹으면 싫을까. 난 왜 쓴 커피를 매일 마실까. 난 왜 고기만 좋아할까. 난 왜 싫어하던 과일과 채소를 잘 먹을까. 난 왜 싫어하던 막걸리를 지금은 좋아할까. 난 왜 불편한 사람과 먹으면 속도 불편할까 등.
이처럼 음식과 관련한 개인적 이야기와 함께 관계와 윤리적 측면에 관한 음식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가령, 식욕과 성욕은 본능이고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싸움에서 이긴 동물이 암컷을 모조리 차지하고, 덩치 큰 사자가 아직 어린 톰슨가젤을 잡아먹는다고 야비하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동물들 역시 그런 질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먹기 위해 혹은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다.
그런데 왜 사람은 이 여자, 저 여자, 이 남자, 저 남자를 기웃거리면 비난받는가. 내 돈으로 내가 값비싼 요리를 먹는 것이 왜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가. 내가 번 돈을 내가 흥청망청 쓴다고 문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정치인이 시장에서 떡볶이나 순대를 먹으면 겸손하다고 유권자들이 좋아하는가.
이처럼 지은이는 음식과 관련해 순서도 계통도 없이 떠오르던 생각을 크게 '사람과 음식, 세상과 음식, 삶과 음식' 등 3부로 나누고, 각 부분에 음식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과 느낌, 생각과 의견을 붙였다.
1부 '사람과 음식'에서는 동물의 먹이와 사람의 먹을거리는 다른가. 음식은 무엇이고, 어디서 비롯되었나. 음식의 먹고 마시는 행위는 무슨 의미가 있나. 사람의 생명과 음식은 어떤 관계가 있나. 우리의 5단계 욕구와 음식은 무슨 관계가 있나 등을 다룬다.
2부 '세상과 음식'에서는 세상은 무엇이고 공동체는 무엇인가. 가족 공동체와 지역 공동체는 개인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음식과 관계는 어떠한가. 국가와 음식은 어떤 관계에 있나. 우리 전통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고, 글로벌 푸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3부 '삶과 음식'에서는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 본능과 이성의 관계는 어떠한가. 욕구는 어떻게 조절되어야 하고, 윤리란 무엇인가. 음식윤리라는 생소한 단어의 뜻은 무엇이고 역사는 어떠한가. 음식윤리의 전통적 원리는 무엇이고, 현대적 원리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밥'을 그 사전적 의미를 넘어 사랑, 행복, 생명으로 연결시키고, 모든 존재를 지켜주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무엇이라고 말한다. 270쪽, 1만5천원.
조두진 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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