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귀뚜라미야 싸우지 마라

얘야, 가을이 되니 귀뚜라미 소리 들리는구나.

먼 옛날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래.

시골에서 궁궐로 뽑혀 들어온 한 궁녀가 있었는데 고향이 몹시 그리웠어. 이 궁녀는 생각 끝에 고향에서 귀뚜라미를 가져와 머리맡에 두고 그 소리를 듣기로 하였어.

옥(玉)을 깎아 통을 만들고 뚜껑에는 공기구멍을 내어 도망가지 못하게 하였어.

그러자 많은 궁녀들이 너도나도 귀뚜라미를 들여왔는데 가끔씩 도망 나온 귀뚜라미들이 싸움을 벌이기도 하였어.

궁녀들은 대개 임금을 서로 모시려 경쟁하고 있었는데 그런 궁녀들일수록 이 귀뚜라미들의 싸움도 치열했어. 서로에게 이기려고 몰래 상대방의 귀뚜라미를 해치기까지 하였어.

마침내 이 귀뚜라미 싸움은 궁궐 밖에서도 이루어졌는데 돈이 걸리게 되자 더욱 온갖 수단을 다 짜내곤 하였어.

그런데 처음 싸움을 붙일 때가 좀 잔인해. 그냥 마주하면 싸우지 않거나 암수가 만난 경우에는 서로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귀뚜라미 싸움은 테가 있는 둥근 통 안에서 이루어졌는데 가운데에 가리개를 해놓고 양쪽에 귀뚜라미를 넣어. 그러고는 말총으로 만든 붓으로 귀뚜라미를 건드리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며 괴롭혀. 앞만 보고 있는 귀뚜라미에게 위에서 붓질을 하니 귀뚜라미는 속이 상할 수밖에 없었지.

양쪽 귀뚜라미가 모두 약이 바짝 올랐을 때에 심판이 가운데에 있는 가리개를 들어 올리는 거야. 그러면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힌 것이 바로 앞에 있는 귀뚜라미였다고 생각하고 달려들어 싸움이 시작되는 거야.

뒤엉켜 뒹구는 것은 물론 마구 물어뜯어 상대방을 다치게 하였어. 그리하여 죽음에 이르거나 도망을 치게 되면 승부가 가려지게 되는 것이지.

이 싸움 귀뚜라미를 훈련시키는 과정도 역시 잔인해.

몸이 큰 수컷이 주로 선수로 길러졌는데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하려고 좀 괴상한 먹이를 주었다고 해. 귀뚜라미들은 주로 과일이나 채소를 먹는데 일부 사람들은 귀뚜라미를 독하게 훈련시키려고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를 먹인다는 거야.

마치 소싸움에 이기려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뱀이나 미꾸라지를 끓여주는 것과 같은 것이지. 그래서 광우병에 걸리잖니.

이렇게 되자 모기가 많은 늪 가에서 윗옷을 벗고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생겨나게 되었어. 이런 사람들은 대개 살이 많이 찐 사람들이었는데 귀뚜라미 사육사들에게 돈을 받기로 하고 모기에게 물리고 있는 것이야.

그러면 사육사들은 이 사람들의 등에 앉은 모기를 잡아 귀뚜라미에게 먹이는 거야. 이런 모기를 먹은 귀뚜라미는 독이 올라 죽기 살기로 싸운다고 본 것이지.

그래, 참으로 사람들은 별별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구나. 그래도 그렇지,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지 않겠니?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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