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판 미생 '독스 페이스' vs 일본식 반전 '버스 드라이버'

대구서 공연하는 中·日 현대연극

'독스 페이스'의 한 장면 사진=극단 뉴컴퍼니 제공
'버스 드라이버'. 예전아트센터 제공

중국과 일본의 현대연극 작품이 대구를 찾는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하는 현대 중국 속 직장인들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풀어내는 중국 연극 '독스 페이스', 버스라는 공간에 과거의 인연들을 불러 모으며 공상과 추억을 넘나드는 일본 연극 '버스 드라이버'다. 언어는 다르지만 모두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현대중국직장인백서 '독스 페이스'

지난 10년간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객들과 교감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피지컬 연극 '독스 페이스'(Dog's Face)가 이달 20일(목)부터 23일(일)까지 모두 5차례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무대에 오른다.

중국 상하이드라마틱아트센터가 2004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최근까지 400여 회 공연됐고, 이집트 카이로 국제연극제 및 중국 산둥성 국제연극제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중국 현지는 물론 일본과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세계 곳곳 무대에 오르며 작품성을 쌓아왔다.

독스 페이스는 현대 중국 직장인의 생생한 삶을 통해 중국 특유의 풍자 미학을 표현하고, 중국 상하이의 현재 모습도 그린다. '현대중국직장인백서'를 표방하지만 국가와 문화를 떠나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한 작은 회사, 직원들을 사냥개처럼 부리는 사장, 어느 날 사장을 향해 반역을 꾀하는 유쾌발랄한 직장인들. 하지만 반역은 일장춘몽으로 끝난다. 그래도 작품은 코믹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사장은 사냥꾼으로, 직장인들은 사냥개로, 이들의 욕망과 갈등이 투영되는 돈은 토끼로 비유한다. 중국이 지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 묘하게 겹치며 풍자의 힘을 마구 발산한다. 또 이 작품 속 대사는 전체 90분 분량 중 1분 정도에 불과하다. 몸짓과 음악으로 관객과 교감하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신체극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독스 페이스는 상하이드라마틱아트센터의 고정 레퍼토리다. 1954년에 창단한 상하이드라마틱아트센터는 배우 180여 명과 전용극장 3곳을 갖춘 중국 최고 수준의 극단이다. 연극은 물론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로 10회째 열리며 매년 1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상하이당대국제연극제'를 통해 중국 연극의 국제화에 힘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직접 대구를 찾아 문화 교류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이 작품을 초청한 이상원 극단 뉴컴퍼니 대표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를 통해 연극 등 공연 작품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민 및 공연 관계자들에게 중국 현대연극의 현주소를 생생하게 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대구산 공연 작품의 중국 진출을 위한 방향성을 모색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석 3만원.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 오후 3시. 봉산문화회관 053)661-3521. 극단 뉴컴퍼니 053)290-9507.

◆과거의 조각들 모으는 타임머신 '버스 드라이버'

예전아트센터의 제2회 한'일 연극 교류전 작품 '버스 드라이버'가 15일(토) 오후 4'7시, 16일(일) 오후 3'6시, 이틀간 4차례 대구 대명동 예전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제1회 한'일 연극 교류전을 통해 대구 관객과 만난 일본 극단 '기죠후케'는 올해 버스 드라이버로 다시 대구를 찾는다. 이 작품은 일본 연극 특유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평범함과 특이성을 모두 갖춘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긴장감도 녹아 있다.

어느 날 어두컴컴한 새벽. 버스 기사 모리 사토시는 출발하기 전 잠시 운전석에 앉아 문득 자기 인생을 돌이켜 본다. 어린 시절 자신을 귀여워해 준 호쾌하고 수다스러운 옆집 아줌마, 그의 딸이며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 소꿉친구, 첫사랑 베트남 아가씨, 몇 년간 뵙지 못한 어머니, 그리고 죽은 형. 모리 사토시는 자신의 공상 속에서 그들을 차례로 버스에 태운다. 과거의 조각들을 현재로 불러들여 한자리에 모으는 장소가 바로 버스 안이다.

후루카와 다이스케 대표는 "우연히 밤길을 달리는 큰 노선버스를 본 적이 있다. 창가에 앉은 승객들의 눈이 모두 슬프게 느껴졌다. 그때 '버스 안에 드라마가 있다'는 생각을 했고,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상상 속 버스'라는 작품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전석 2만원. 053)424-9426.

황희진 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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