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목표를 뛰어넘는 좋은 결과를 거뒀기에 미련은 없어요. 시즌 시작 전에는 9월 엔트리 확대(26명에서 31명) 때 1군에 올라가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 초대받은 것만 해도 과분한 영광입니다."
18일 프로야구 최우수선수'최우수신인선수 시상식에 참가한 뒤 경산볼파크로 돌아온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4)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수상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깁스를 한 손으로 직접 운전해서 서울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박해민은 삼성의 올해 최고 히트상품이다. 1군과 20여 명의 2군 선수까지 참여하는 해외 전지훈련 명단에도 빠졌지만 감독 추천선수로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물론 신고선수 출신으로서 남보다 더 많은 땀방울을 흘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배영섭 선배가 입대하면서 중견수 자리가 비었고, 강명구 선배가 전지훈련에서 다치면서 대주자 요원이 필요했기에 제게 기회가 왔잖아요.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를 쳤던 4월 18일 NC전은 그래도 잊을 수가 없어요. 9회 무사 2루였던 터라 희생번트 사인이 나와 부담감이 컸는데 다행히 내야안타가 됐거든요. 하하."
5월 9일 두산전에서 첫 선발 출장의 기회를 잡았던 박해민은 정규시즌 타율 0.297, 도루 36개, 홈런 1개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빠른 발을 활용한 도루와 3루타는 김상수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여기에다 한국시리즈에서 발휘한 '부상 투혼'은 그를 예비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루 도루를 하다 다친 뒤에 한숨도 못 잤습니다. 팀이 이기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억울했고 속상했죠. 하지만 다음날 푹 쉬고 나니 다시 의욕이 샘솟더군요. 3차전에 대주자와 수비수로 나가 팀 승리에 이바지할 수 있었던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박해민은 왼손 약지 인대가 50%나 손상됐다는 진단 결과를 받았다. 재활에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전망이다. 다행스럽게도 수술은 하지 않아도 돼 내년 초에 떠날 1군 해외 전지훈련에는 합류할 수 있다.
"마음은 일단 독하게 먹고 있습니다. 1군 형들과 붙어 있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기회이니까요. 후배들에게도 체면 차리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제 것으로 만들 생각이고요. 팀의 1, 2번 타자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서울 영중초'양천중'신일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박해민은 2012년 신고선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올해 연봉은 2천400만원이지만 대폭 인상을 기대할 만하다. 외부 자유계약(FA) 선수 영입보다는 자체 유망주 육성에 힘써온 삼성에서 그의 성공은 2015년을 준비하는 신인들에게 적지않은 자극이 될 전망이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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