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대학생이 인터넷 신문에 글을 올렸다. 대학에 가서 연애하고 싶었는데 기껏 자신 앞에 놓인 것은 토익시험이었다고. 강대국의 언어를 우리가 모두 열을 내며 꼭 해야만 하냐고. 학생의 인권과 존중이 없는 대학들이 모든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학생의 주장이 옳고 그름은 중요치 않다. 문제는 이 글에 달린 댓글이다. 지방대에 다니면서 시답잖은 소리를 한다는 둥, 연애를 하고 싶은 놈이 대학은 왜 가냐는 둥, 대학 망신을 시킨다는 둥…. 댓글의 수준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인문학적 사고가 부족한지 절실히 느껴진다.
우리의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가 아닌 '우리'가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개인의 생각이나 존중 따위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했다. 문제는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나왔음에도 아직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한 사고가 만연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이치에 맞지 않으면, 우리를 위한 이익에 부합하지 않다면 개인의 생각이나 존중 따위는 무시되기 일쑤다. 개인보다 우리를 위한 희생을 당연한 듯 강요한다. 언제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받을 수 있을까?
좋은 게 좋다는 건 누구의 생각인가?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너와 나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개인이 아닌 우리를 강요하는 이상 위기론은 계속될 것이다.
이정환(농협 구미교육원 교수)
※ 사외 기고는 매일신문사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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