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이면 연탄 100장을 나눌 수 있어요. 추위와 싸우며 힘겹게 사는 이웃에게 사랑의 연탄을 보내주세요."
14일 오전 9시 30분 대구 서구 비산동교회 마당. 작은 연탄창고 앞에 어르신 50여 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추운 겨울 방에 불을 지피기 위한 연탄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털모자에 두툼한 옷을 입은 어르신들은 제각기 연탄을 싣고갈 작은 손수레를 끌고 나왔다. 어떤 어르신은 원동기가 달린 자전거를 몰고 왔다. 멀리 원대동에 사는 어르신 한 분은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10시 정각 연탄창고 문이 열리자 1인당 3장씩 연탄이 지급됐다. 연탄을 지급받고는 창고 벽면에 붙어 있는 명단에 표시를 했다. 1시간 동안 연탄 배부를 하고는 다시 연탄창고 문이 닫혔다. 이곳은 비산동교회(담임목사 박노택'56)가 운영하는 대구연탄은행 창고다. 연탄창고는 2주 단위로 2천 장의 연탄을 쌓아두고 교회 주변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주민이 매일 연탄 3장씩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가정은 한 달에 100장씩 봉사자들이 배달해주고 있다. 연탄창고는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운영된다.
"연탄은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필수품입니다. 추운 날씨에 매일 연탄을 가져오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아직도 우리 주변에 힘든 이웃들이 많습니다."
대구연탄은행은 박노택 목사가 2006년 문을 열어 8년째 연탄을 나누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 밥상공동체 연탄 무료 나눔 사업의 하나로 시작했다. 박 목사는 소외계층이 비산동을 중심으로 평리동과 원대동 등에 집중되어 있고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연탄나누기를 했다고 한다.
대구연탄은행은 개장 첫해에 1만5천 장을 나눴다. 2012년에는 8만5천 장까지 늘어났다. 작년에는 경기침체 여파로 6만여 장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연탄은행은 올해 10만 장 나누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탄은 교회 헌금과 개인'기업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좁은 골목에 다닐 수 있는 특수 제작한 리어카 10대도 운영하고 있다. 연탄배달은 토, 일요일은 주로 신자들이 하고 목요일에는 사회단체나 기업체 등에서 하고 있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은 지자체가 한해 연탄 300장 정도 지원하고 있지만 연탄 사용기간을 6개월로 보면 600장 정도는 필요해요. 연탄은행은 주로 그런 가정에 부족한 연탄을 보충해주고 있어요."
대구연탄은행에는 올해 연탄후원이 답지하고 있다. 희성전자는 연탄은행 개설 때부터 동참해 한 해 1천만원 상당을 꾸준히 후원해주고 직원들은 한 달에 1, 2차례 연탄배달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대구지역 5개 지점이 동참해 연탄 1만 장을 기증했다.
"연탄 배달에는 아름다운 풍경도 있어요. 칠곡에 사는 40대 초반 아줌마는 4년째 초교생 자녀 2명을 데리고 나와 엄마는 리어카를 끌고 애들은 리어카를 밀고하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에요."
박 목사는 경기가 어렵지만 작은 나눔에 개인과 기업체가 많이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박 목사는 연탄을 더 이상 나눌 필요 없는 함께 행복한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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