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국회 밖에서 하자는데…

與 "공기관 중앙선관위에 맡겨야" 野 "편향 우려…독립기구 설치를"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혁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거구 재획정을 국회 밖에서 해야 한다며 경쟁하듯 당 차원에서 법안 발의에 나선 것이다. 선거구 획정을 국회가 아닌 제3의 기관에 맡기자며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국회 밖에서 맡아야…

선거구 재획정을 국회 밖에서 맡아야 한다며 먼저 불을 댕긴 곳은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원혜영 국회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는 이달 9일 대법원장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이 지명하는 인사를 포함시켜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즉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외부 독립 기구를 설치해 키를 넘기자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는 중앙선관위도 상대적으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야당 내 불신과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는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11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2명 ▷중앙선관위원장이 지명하는 2명을 포함한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자로 위촉한다. 특히 국회의장은 선거구획정안을 제출받은 날 이후 최초로 개최되는 국회 본회의에 부의해야 하며, 선거구획정안은 국회가 수정'의결할 수 없도록 했다.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도 11일 정치권의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차단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를 두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선거구 재획정 작업의 특성상 대부분 지역에 손을 대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측이 생기기 마련"이라면서 "결국 공공기관인 중앙선관위에 관련 업무를 맡겨 불만을 최소화하고 책임 부담률도 줄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게리맨더링 없어질까?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서 논란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총선 직전에는 어김없이 선거구 조정 문제가 나왔다.

국회의원 300명 시대를 연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현행법상 국회 산하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8곳의 선거구를 분할하고, 5곳을 통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여야 간의 이견으로 한동안 획정안을 주무르다 현행보다 의석수를 1석 더 늘리는 기형적인 획정안을 의결해버렸다.

현행 제도상 선거구 획정은 국회 선거구획정위에서 안을 만들면, 국회 정개특위의 심의'의결을 거쳐 본회의 표결로 최종 확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구획정위에서 선거구획정안을 제안해도 이해당사자인 국회 정개특위가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탓이다.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 논란이 계속된 이유다.

국회 한 관계자는 "이번에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정치혁신의 일환으로 국회가 아닌 외부 기관이 선거구 획정을 맡고 이를 국회가 심의'의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함께 발의한 것은 그래서 주목받는다"고 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는 "1994년 공직선거법에서 국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를 두게 한 이후 한 번도 이를 개정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입법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국민 여론이나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개혁 바람의 강도를 보면 개정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3권 분립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국회 일을 다른 외부 기관에 모두 맡기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게리맨더링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그동안 참고용으로만 전락했던 국회 선거구획정위가 내놓은 획정안을 마음대로 국회의원들이 수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멋대로 선거구를 정하는 것.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소속 정당인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나눴는데, 그 모양이 샐러맨더(salamander'도롱뇽)와 닮은 데서 유래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