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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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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록된 복수극은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중국 춘추시대 초(楚)의 정치가 오자서(伍子胥)의 복수도 그러하다.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이 초(楚) 평왕(平王)에게 억울하게 죽자 복수를 다짐하며 초나라를 탈출했다. 이후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하나인 오왕(吳王) 합려(閤閭)를 도와 오나라를 강국으로 만든 뒤 초나라를 치고 복수에 나섰다. 그 방법은 엽기적이었다. 이미 사망한 평왕의 시신을 파내 구리채찍으로 300번 매질을 한 뒤 태워버렸다.

'추신구라'(忠臣藏) 사건'으로 알려진 일본의 '47인의 사무라이' 얘기도 이에 못지않다. 도쿠가와 시대 아코번(현 효고현) 성주 아사노 나가노리가 막부 관료와의 싸움에서 밀려 자결을 강요당하자 아사노를 따르던 무사들은 흩어져 복수를 노렸다. 감시를 피하기 위해 매일 술타령을 벌이는 등 1년 9개월의 인고의 세월을 보낸 뒤 47인의 낭인(浪人)은 마침내 주군(主君)의 원수의 목을 벤다.

재미있는 것은 이 사건에 대한 도쿠가와 막부의 처리 방식이다. 주군의 복수는 의리있는 행위이지만 그런 의(義)는 그 무리에 한정되는 사적(私的)인 것이다. 따라서 이를 용납하는 것은 사적인 의리로, 국가의 공적 질서를 해치는 것이 된다는 게 막부의 판단이었다. 그래서 막부가 내린 결정은 사무라이가 명예롭게 죽는 방법인 할복 명령이었다. 주군에 대한 충성이란 미덕은 기리되 사적 복수행위 자체는 처벌한 것이다.

원한을 마음속으로만 복수해야 했던 사람도 숱하다.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으로 사형당한 우홍선 씨의 부인 강순희 씨도 그런 경우다. 강 씨는 남편이 사형당한 이후 신문에 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5년간 이가 아프도록 꼭꼭 씹어서 뱉곤 했다. 또 매주 남편 산소를 찾아가 하늘을 향해 "살인마 박정희 천벌을 받으라!"고 외쳤다. 그것도 한 번만 외치면 효과가 없을 것 같아 꼭 세 번씩 외쳤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박 전 대통령 사진을 씹은 지 5년 만에 '10'26'사태가 터졌다.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동생 조현민 전무가 언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복수라니, 누구에게 무엇을? 복수는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할 때, 그리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그렇게 한 사람에게 할 때 조금이나마 공감을 얻는다. 한껏 '갑질'을 한 언니와 그것도 모자라 그 언니의 복수를 하겠다는 동생, 천민자본의 추한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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