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혁신도시로 옮겨온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전국 최하위권이다. 수도권과 가까워 '금요일 오후 본가 귀가'가 가능하다 보니 나 홀로 이주족들이 많은 것이다. 김천보다는 낫지만 대구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전국 혁신도시 평균에 못 미친다.
결국 "이대로는 혁신도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족동반 이주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지역사회 전체가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온 뒤 지역을 체험한 공공기관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도권 생활을 정리하고 이사한 것이 정말 잘된 선택"이란 목소리가 절대다수다. 지역을 잘 알리고, 지원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한다면 '한지붕 한가족'이 될 수 있는 길이 크게 열려 있는 것이다.
◆10명 중 9명이 나 홀로 왔다
새누리당 이완영(칠곡'성주'고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비율(지난해 7월 기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김천혁신도시는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13.2%로 충북에 이어 전국 혁신도시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대구혁신도시 경우, 경북보다는 다소 높은 24.4%에 이르렀지만 전국 혁신도시 평균 가족동반 이주비율(25.3%)에는 못 미쳤다. 전체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가족동반 이주비율은 '수도권과의 접근성'에 따라 등락을 나타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가장 높은 혁신도시는 부산(53.8%), 광주(50.1%)로 수도권과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이다.
반면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은 곳은 동반 이주비율이 낮았다.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충북으로 7.5%, 그다음이 경북 13.2%, 강원 16.7% 순이었다. 충북과 강원혁신도시는 다른 혁신도시에 비해 수도권과 훨씬 가까워 이전기관 직원들이 주거지를 옮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강원'충북보다 수도권과의 거리가 더 먼 경북 김천의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낮게 나타난 것과 관련, 김천혁신도시엔 KTX역사가 있기 때문으로 김천시는 분석했다. 충북이나 강원보다 수도권 접근성은 오히려 더 낫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전 시기가 오래된 기관일수록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높게 나타난 점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특징이다. 2013년 4월, 이전 기관 중 김천으로 가장 먼저 옮겨온 우정사업조달사무소는 역내 이전 공공기관 평균 가족동반 이주비율보다 월등히 높은 38.2%의 이주비율을 나타냈다. 대구혁신도시도 똑같은 형편이다. 2012년 12월 이전한 중앙신체검사소가 40.7%의 가족동반 이주비율을 기록, 평균보다 월등히 높았다.
각 혁신도시에 가장 먼저 입주한 기관 직원들의 가족동반 이주비율이 가장 높은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에 동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족동반 이주 만족도 크다
지난해 초 김천으로 옮겨온 교통안전공단. 이곳 미래전략처에 근무하는 이동희(46) 차장은 김천 이전과 동시에 초'중'고에 재학 중인 자녀와 함께 가족이 모두 이사했다. 이 차장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김천 생활은 서울 생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만족도가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직장과 집이 가깝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가 늘었다. 늘어난 시간은 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다.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었다. 서울의 연립주택 전세금을 뺀 뒤 김천혁신도시 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서울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엔 5천만원 정도를 투자, 집에서 20분 거리인 조마면 대방리에 자두밭도 구입했다. 약 2천㎡(600여 평)의 자두밭은 앞으로 15년 후 퇴직을 하면 노후생활의 터전으로 삼을 작정이다.
부인 김명선(42) 씨도 김천살이가 서울살이보다 즐겁다고 했다. 부인 김 씨는 김천으로 온 뒤 과일을 단 한 번도 구입해 본 적이 없다.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것들을 나눠준 때문이다. 서울과 달리 아파트 주민들이 워낙 친절해 사람 사귀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도 달라졌다. 아파트 승강기에서 만나는 어른들을 보면 무조건 인사를 한다. 서울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어떻게 하면 가족 동반 늘릴 수 있을까?
김천시는 가족동반 이주 직원들의 '거주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온 만큼 시간이 흐르면 '김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희망을 얘기했다. 특히 주택'학교 및 학원, 교통 여건 등의 개선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가족 모두 옮겨오는 비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김천시 혁신도시이전지원단 김영주 단장은 "가족동반 이주 여부 조사가 이뤄진 지난해 7월의 경우, 김천혁신도시에는 LH보금자리 아파트 한 곳만 입주를 한 상태여서 주택이 매우 부족했다. 앞으로 주택 공급이 크게 늘기 때문에 가족 동반 이주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한국도로공사 임직원들이 혁신도시 내 아파트 155가구를 청약했으며 올해 말 이전해 오는 한국전력기술 임직원들도 1천283가구를 청약한 것으로 파악돼 올해 말이면 가족단위 이주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김 단장은 설명했다.
김천시 혁신도시이전지원단이 자체 파악한 공공기관 이전 직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학교였다. 이전 직원들은 "자사고인 김천고에 자녀가 입학할 수 있다면 가족동반 이주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김천시는 김천고 특별전형 및 정원외 입학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혁신도시 내 율곡고를 자율형공립고로 지정하기 위해 도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김천시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가구당 30만원씩 정착지원금 지급은 물론, 이주 후 6개월이 지나면 이주지원금 20만원도 지급한다. 김천시가 운영하는 실내수영장 이용 때 절반 가격만 받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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