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는 동생 없는 아이들이 많다. 일하는 여성이 늘고, 양육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둘째아 출생이 계속 감소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지난해 캠페인 광고까지 방영하며 둘째아 출산을 장려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하지만 경북 상주에는 10남매를 키우며 즐겁게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자녀 수만큼 행복도 커진다고 말하는 김현식(45) 남수미(43) 부부의 집을 직접 찾아갔다.
◆상주 10남매, 행복도 '10 곱하기'
이달 15일 오후 경북 상주시 이안면 지산리. 김 씨의 집 앞에 서 있는 스타렉스 승합차가 10남매가 사는 집임을 알려준다. 10남매는 딸 일곱, 아들 셋. 첫째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소연(17)이, 막내는 갓 100일이 된 차연이다. 집 안 곳곳에도 대가족의 흔적이 있다.
거실에만 피아노가 2대나 있었다. "아니예요. 저 방에 한 대 더 있어요." 여덟째인 기조(5)가 기자의 손을 잡고 피아노가 있는 안방으로 잡아끌었다.
김 씨 부부는 1998년 결혼했다. 처음부터 10남매를 낳겠다고 계획한 것은 아니다. 아내 남씨는 "남편이 입버릇처럼 축구단 만들어야 된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원래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김 씨는 결혼한 뒤 목사인 아버지가 사역하는 상주로 내려와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까지 상주 읍내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학원을 하다가 그만둔 뒤 지금은 양파와 가지 등 각종 농사를 짓고 있다.
10남매를 키우는 게 어렵지 않느냐고 묻자 남 씨는 고개를 젓는다. 그는 "예전에 학원을 운영할 때는 애들이 학원에 같이 지냈고, 지난해까지 할머니와 할아버지랑 한집에 살았기 때문에 육아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도시를 벗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자녀의 교육 걱정이다. 하지만 김 씨 부부는 바꿔 생각하면 농촌에 사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고 말한다. 면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이 동네까지 스쿨버스를 운영하고, 중고등학교도 함창 읍내까지 차로 5분이면 도착한다. 다자녀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도 파격적이다. 상주는 첫째아 축하금 30만원, 둘째아는 월 20만원씩 1년, 셋째아 이상은 월 30만원씩 2년간 지급한다.
또 김 씨 부부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아이도 부모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남 씨는 "도시에 있으면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공부가 얼마나 뒤떨어질까 비교하고 걱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비교를 덜 하고 아이를 더 편하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10남매 중 위에 4남매는 모두 음악에 소질이 있다. 피아노는 기본. 첫째 소연이는 드럼을 치고, 둘째 기찬이는 색소폰까지 분다. 남매가 서로 부대끼며 양보하는 법을 체득한 것은 덤이다. "큰 애들은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어서 좋고, 작은 애들은 어려서 귀엽지요. 자녀가 많아서 힘든 게 아니라 자녀 수만큼 행복이 늘어나요!"
◆"동생이 없어요", 둘째아 안 낳는 한국
김 씨 가족은 우리나라에서 드문 경우다. 요즘 우리나라에는 동생 없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전국 둘째아 출생 현황을 보면 2000년 26만8천314명이었던 둘째아가 2013년에는 16만5천666명으로 38.25%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첫째아가 29만8천388명에서 22만4천807명으로 24.65%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둘째아 출생 수 감소폭이 더 급격하다.
둘째아를 낳지 않는 사람들은 아이를 한 명 둔 직장인 여성이 많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지난해 6월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정원'유해미'김문정 연구위원)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 조사에서 '둘째를 낳겠느냐'는 질문에 답변한 직장 여성 259명 중 67.6%(175명)가 '아니요'라고 답했다.
소득이 높을수록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하는 비율도 높아졌다. 가구 소득 월 500만원 이상인 직장 여성 응답자의 73.9%가 '둘째 계획이 없다'고 답한 반면, 월 300만원 미만인 경우 53.8%만 둘째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는 양육비 부담 때문에 둘째아 출산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 일과 육아를 동시에 병행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 여성 현모(38) 씨는 "남편과 내가 둘 다 야근하면 아이 혼자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도 평일에 아이와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해 미안한데 둘째를 낳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둘째아 출산을 권하는 광고를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가장 행복한 교육은 둘이 자라는 것이라는 내용의 '아이좋아 둘이좋아' TV 캠페인을 벌였다. 이에 비해 한국납세자연맹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법 개정으로 자녀가 많고 어릴수록 직장인의 세금 부담 늘었다는 주장을 내놨다.
연봉 5천만원인 작장인이 평균 수준의 공제를 받는다고 가정하고 계산해본 결과, 6세 이하의 자녀가 2명이면 2013년 대비 세금이 15만6천790원 증가했으며, 자녀가 3명인 경우에는 36만4천880원이나 더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은 첫째아 출산보다 이미 자녀를 둔 부모의 추가 출산, 즉 둘째아 출산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한다.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둘째아 출산 계획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직장 여성의 학력이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종사할수록 둘째아 출산을 고려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이는 여성이 아이를 낳더라도 일과 가정을 동시에 돌볼 수 있는 직장을 갖고 있다면 둘째아를 낳을 가능성 높다는 말"이라며 "어린 자녀를 둔 여성에게는 유연근무제도를 쓸 수 있게 돕고, 첫째아 출산으로 육아휴직을 쓴 여성이 둘째아 출산으로 다시 이용할 때 급여를 올려주는 '다출산 프리미엄'같은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 사진 황수영 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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