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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생각] 애 보는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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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족 정책 취재차 프랑스에 다녀왔다. 해외 취재는 일단 가면 좋지만 섭외 과정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첫째,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둘째, 성격 급한 한국 기자가 취재 요청을 하면 빨리 답을 주는 경우가 드물어 또 답답하다. 가장 먼저 섭외해야 할 곳은 프랑스 국립인구문제연구소(INED)였다. 구글 번역기를 돌려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프랑스 가족 정책 전문가인 연구원 A씨와 파리의 연구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문제는 현지에 가서 생겼다. 인터뷰 전날 저녁 늦게 A씨가 이메일을 보냈다. 두 살배기 아이가 아파서 휴가를 내야 하니 인터뷰를 하루만 미루자는 내용이었다. 인터뷰 시간은 당신에게 맞추겠다며 사과를 표했다.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된 적이 있었던가. 일정이 꼬였지만 어쩔 수 없다며 통역자와 상의해 인터뷰를 다음 날로 연기했다. 그날 저녁, 또다시 이메일이 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서 내일도 집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내용을 확인하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그때 '엄마는 어디 가고 아빠가 휴가를 써?'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애가 아프면 먼저 달려가야 하는 건 엄마라는 한국식 사고가 내 의식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한국도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수차례 기사를 썼던 황수영 기자는 죽고 없었다. 어쨌건 그를 만났다. 책임감 있는 연구원은 자신의 집 근처 커피숍에서 인터뷰하자고 제안했고, 인터뷰는 순조롭게 끝났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또 "집에 장모님이 왔다"며 급하게 뛰어갔다. 프랑스인이 일과 가족 중 어디에 더 큰 가치를 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근 한국에서 육아 논쟁이 한창이다.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 교사가 아이를 폭행하는 일이 발생한 뒤 부모들 사이에서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불신이 더 커졌다. 가장 안전한 장소는 집이고, 최고의 보육 교사는 부모다. 일하는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다. 일하는 엄마가 눈치 안 보고 노동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을 쓰고, 아내가 출산하면 "네가 애 낳았냐"는 주변의 핀잔 없이 남편이 '배우자 출산 휴가'를 쓰며 집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애 볼 시간은 주지 않고, 정부가 애 많이 낳으라고 구호만 외친다면 이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나는 육아를 글로 배웠다. 애 한 명 낳지 않은 싱글인데 출산과 육아 관련 기사를 많이 써서 애를 둘 키우는 여기자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을 낮추는 데 내가 한몫하고 있다. 훗날 나도 결혼을 할 것이고, 아이를 낳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하루아침에 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때가 되면 일하는 엄마 아빠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지금보다 하루에 30분이라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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