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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폐로자금 한 푼도 없다더니… 3주만에 6천억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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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발전소 1기 폐로(廢爐) 자금(원전해체 비용) 6천여억원을 한 달도 채 안 돼 현금으로 마련해 그 배경에 대한 의문이 쏠리고 있다.

한수원 측은 '폐로(원전해체)에 필요한 현금 충당' 관련 본지 기사(5일 자 10면)에 대한 해명자료를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1개 호기 원전해체에 필요한 비용 6천33억원에 대한 현금 적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간 한수원은 폐로 비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이하 월성)1호기 재가동 여부 결정이 이달 12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수원이 이 같은 자료를 내놓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계속운전만을 염두에 둔 채 한수원이 6천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설비 개선을 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폐로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현금화를 진행했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12일 현금 적립 작업에 들어가 3주도 채 안 된 12월 31일 폐로 비용 6천33억원(2012년 기준)을 적립해 4개 계좌에 분산예치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폐로 비용은 충당부채만으로 적립(2013년 말 기준 9조8천876억원)돼 있었다. 충당부채는 퇴직금과 같은 쓰임새로, 자금 필요 시 회사 또는 은행을 통해 마련한다.

한수원 측은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폐로 자금은 충당부채로 적립하는 게 맞지만, 국민들이 폐로 준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폐로에 대한 확고한 정책을 보이기 위해 충당부채를 2.8%가량 늘려 현금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한수원 측은 "원전해체산업이 10년 이상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급한 자금이 필요 없고, 언제든 자금 조달이 가능해 폐로 비용을 현금 적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수십 년간 지켜온 이 원칙이 갑자기 뒤집힌 것이다.

민간환경감시센터 한 관계자는 "설비 개선을 마친 월성1호기가 계속운전으로 결정 나지 않으면 한수원 측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빠질 것"이라며 "한수원이 폐로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급하게 폐로 자금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간환경감시센터 다른 관계자는 "폐로 자금 마련 시 사내유보금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 돈이 신규 원전 건설이나 설비 개선 등에만 들어가다 보니 부채를 늘리는 방식으로 현금화한 게 아니겠느냐"며 "이번에 현금으로 적립했다는 폐로 비용조차 세계의 평균 폐로 비용(6천546억원)에 못 미친다. 앞서 원전 폐로 경험이 있는 일본(9천590억원), 독일(8천590억원), 미국(7천800억원)의 폐로 비용 추산 금액보다도 크게 낮아 실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한수원 측은 "폐로 자금 현금화 외에 2022년까지 기술자립을 목표로 원전해체를 준비하고 있다"며 "원자로 해체가 결정될 경우 해체 준비와 방사선 저감을 위한 기간(5년)을 활용해 단계별 자금 및 기술 수준 확보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포항 박승혁 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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