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통체계 개선 '손' 놓고 '칼'만 빼든 경찰

안동시내 곳곳에서 교통 법규를 무시한 곡예운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경찰은 눈을 감고 있다. 교통 법규를 지키는 운전자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평을 터뜨리고 있고, 보행자들은 "곡예 운전 때문에 불안하다"며 경찰에 대한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달 2일 오후 안동시 운흥동 홈플러스 안동점 앞. 좌회전 차로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은 좌회전이 아니라 U턴을 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이 차로는 좌회전만 허용되며 U턴을 못하도록 중앙분리대까지 설치해 놓았다. 그런데도 늘어선 차량들은 바로 옆 홈플러스에 가기 위해 불법 U턴을 하고 있었다. 차로 폭이 좁아서 한 번에 U턴이 안 되는 차량은 후진까지 해가며 위험한 운전을 했다. 홈플러스에서 나오는 차와 U턴하려는 차, 진입하려는 차들까지 몰리면서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지난 2012년 5월 홈플러스는 개업과 동시에 이런 문제를 예상하고 교통체계 수정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경찰은 "특정업체에 혜택을 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300m 떨어진 안동역 앞 3차로. 이곳에서도 좌회전 차로의 차들이 중앙선을 넘으며 차를 돌리기 일쑤였다. 전방 50m 지점에 U턴 구간이 있지만 그곳까지 이동하는 차는 거의 없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던 사람들은 파란불이 들어와도 이 차들이 다 지나가야 길을 건널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구간에 불법 차량을 막아서거나 단속하는 경찰은 없다. 심지어 순찰차가 바로 옆에 있어도 차들은 단속할 테면 해보란 듯이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안동 경찰은 4만9천431건의 교통단속 건수를 올렸다. 전년대비 3.9% 증가한 수치. 그러나 늘어난 단속건수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역 내 교통사고는 전년대비 10.8%가 증가한 2천641건을 기록했다. 이 사고로 전년보다 5명이 늘어난 26명이 생명을 잃었다.

홈플러스 인근 상인 김모(48) 씨는 "경찰이 교통혼잡 지역이나 불법운전이 많은 곳에서 단속하는 대신 오히려 소통이 잘되는 곳에서 실적용 단속을 한다는 불만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동경찰서 관계자는 "불법 U턴이 계속되는 곳에서 단속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하다. 단속카메라를 설치하면 가장 좋은데 경비조달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안동 전종훈 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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