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들과 형님들에게 박수받지 못하면서 어찌 그들의 형님 동생이 될 수 있겠습니까."
온 나라가 전국동시조합장선거로 시끄럽다. 선거법 위반 사례가 이어지고, 후보들은 앞다퉈 자신을 "최적의 후보"라고 자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선을 끝으로 자리를 내놓겠다는 조합장이 있다. 칠곡군 왜관농협 이수헌(68) 조합장이다.
이 조합장은 "내가 물러나는 것은 약속이기도 하지만 동생들에게는 형님 대접받고, 형님들에게는 동생으로 남고 싶은 내 욕심도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다른 자리를 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절 관심 없습니다. 다만 봉사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고향인 매원리 반장 자리는 맡고 싶습니다. 필요하면 이장님에게 로비(?)라도 할 참입니다"이라고 했다.
이 조합장은 첫 취임한 2005년 1천340억원이던 왜관농협의 자산규모를 지난해 말 현재 2천736억원으로 2배 이상 키웠다. 왜관농협의 정관에는 조합장과 감사, 이사, 대의원은 재선을 끝으로 물러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합장이 재선 후인 2009년 총회에 상정해 통과시켰고, 자신이 첫 대상이 됐다. 그는 정부수매량을 넘어서는 벼 수매와 공영주차장 사업, 장례식장을 통한 간접환원 등의 약속도 지켰다. 다만 주유소 사업은 차기 조합장에게 넘어간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혹자는 건강과 당선 가능성을 문제로 내밀지만, 만약 이 조합장이 출마한다면 적수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건강도 좋다. 하루 1만 보를 걷고 소주 2, 3병도 거뜬하다.
이 조합장은 "내 별명이 '홍두깨 조합장'이다. 퇴임 후 나는 밀농사 짓고, 아내가 홍두깨로 민 국수를 대접하겠다고 했더니 지인이 붙여줬다"면서 "마을주민 영농자금 신청도 도와주고 각 동네 어르신들과의 좌담회를 하면서 써놓은 글 70편과 칠곡군 곳곳의 이야기를 묶은 '아름다운 칠곡 향토사이야기'를 펴내는 게 남은 과제"라고 했다.
그는 조합장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을 향해 "조합장 자리는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이 좋으면 따라오는 부산물도 좋다. 조합장은 그렇게 돼야 한다. 금품제공 등 불'탈법 선거는 자신도 조합도 망친다. 후보들은 신중하고 정당하게 겨루어 달라"고 조언했다.
"향후 왜관농협의 성장 동력은 규모의 경제와 봉사'감동경영이 돼야 합니다. 곳곳에 금융기관이 있고, 도'소매점이 있는 데 감동 없고, 득이 없다면 누가 오겠습니까. 감동을 주면 고객은 저절로 다가옵니다. 왜관농협의 조합장과 조합원은 이제 '우리 농협'이 아닌 '내 농협'이란 주인정신과 참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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