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라이온즈 전지훈련 오키나와 리포트] 돌아온 권오준

철벽 핵잠수함 다시 뜬다

10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청백전에서 권오준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10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청백전에서 권오준이 힘차게 투구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올해 프로야구에서는 1군 엔트리가 26명에서 27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보다 팀당 16경기를 더 치르는 데 따른 경기력 저하 예방책이다.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가 25명인 것은 지난해와 같다.

엔트리 확대는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투수진이 두터운 팀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휴식일 없이 매주 6연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간계투진의 체력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 역시 엔트리 확대를 반기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10일 "타자보다는 투수를 1명 더 채워넣을 생각"이라며 "투수 가용 스펙트럼이 넓어진다는 것은 감독들이 펼칠 수 싸움에서 의미가 적지않다"고 내다봤다.

류 감독이 내심 염두에 둔 '+ α'(알파)는 '돌아온 핵잠수함' 권오준(35)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2년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그의 몸 상태는 최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친다면 삼성 불펜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오준은 이날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류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청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던진 공은 단 7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4km에 그쳤지만 체인지업과 커브 등 변화구는 여전히 예리했다. 권오준은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아픈 곳도 없다"며 "부상만 없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권오준에게 2013, 2014년은 고난과 불운의 연속이었다.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2006년(9승 1패 2세이브 32홀드)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그는 2011년 1승 1패 11홀드, 2012년 1승 3패 10홀드를 챙기며 부활하는 듯했다. 하지만 부상은 그를 계속 괴롭혔다. 이미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던 오른 팔꿈치가 또다시 고장 나면서 2013시즌을 앞두고 세 번째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치고 의욕을 불태웠던 지난해에는 스프링 캠프에서 오른 손목 미세 골절 부상으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권오준은 올해 목표에 대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싶다"고 잘라 말했다. 타자와의 승부에 앞서 지긋지긋한 부상 없이 마음껏 던져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선 만큼 예전 구위를 되찾기는 어렵겠지만 보란 듯이 재기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물론 팀 내 입지 확보는 온전히 자신의 과제이다. 삼성에는 권오준을 비롯해 임창용(39), 신용운(32), 심창민(22) 등 4명의 사이드암 투수가 있다. 김태한 투수 코치는 "잠수함 투수가 동시에 1군에 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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