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의 IT&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포스코ICT는 지난 20여 년간 경북 포항을 모태로 성장한 회사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중반, 본사 기능을 사실상 수도권으로 옮긴 데 이어 이번에는 자회사인 포스코LED 생산공장을 경기도 기흥으로 옮겼다. 회사 측은 물류비 절감과 영업 활성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포스코ICT는 이전 계획을 철저하게 숨겨 포항시와는 그 흔한 기본적인 협의조차 하지 않고 도망가듯 이전했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경기도 판교사무소로 본사 기능을 이전 했을 때 거짓말을 했다. '포항의 본사 기능'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포항시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이번의 포스코LED 공장 이전은 포항시는 물론 회사 직원조차 모르게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이전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이강덕 포항시장이 크게 화가 나 이를 해명하려고 찾아온 회사 대표에게 회사 이전에 상응하는 대안을 마련한 뒤 다시 찾아오라고 냉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되는 대안도 한심하다. 울산에 있는 원전 제어계측 분야 자회사인 포뉴텍의 포항 이전이다. 자생 능력이 떨어져 이미 포항 이전이 예정됐던 회사로 이번 포스코LED 생산공장 이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오히려 포뉴텍 이전 결정은 포스코LED 생산공장 이전을 전제하고 있다. 포뉴텍의 이전 장소가 바로 포스코LED의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포스코ICT 측은 포항을 위해 울산에 있던 자회사를 이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꼼수를 부리려는 것이다.
이런저런 약속을 저버리고 포항을 떠난 포스코ICT의 부도덕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포항시도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 많은 기업이 지방을 떠나는 것은 물류와 인적 자원 등 모든 면이 수도권의 여건에 비해 모자라서다. 그나마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행정적인 지원이다. 기업경영이 쉽도록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돕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남아 있을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포항시는 기업 유치와 떠나려는 기업에 대해 얼마나 행정 지원을 했는지를 진지하게 반성해야 제2, 제3의 포스코LED 사태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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