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36돌 바다열차 타고
내일은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36돌이라 올해는 좀 색다른 추억을 남기려고 하였다.
작년에는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면서 울진에서 하룻밤을 묵고 블루로드를 걷고 또 달리면서 추억을 남겼는데 올해는 완행열차 타고 바다여행을 하자고 약속하고 아침 7시 반, 조식 후 개인택시 영업하러 나가면서 참사랑(아내)께 동대구역에 전화하여 정동진 가는 열차가 내일 몇 시에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니 오전 10시경 전화가 오길 하루에 한 번 오후 4시 반에 출발한단다.
오후 1시경 귀가하여 씻고서 함께 점심 먹고 배낭에 필요한 물품을 가득 넣어 짐을 꾸린다. 오후 2시 50분경 나와서 버스, 지하철 갈아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 40분이다. 너무 오랜만에 기차표 끊으려니 생소하여 역무원께 도움을 요청하니 자동발매기를 이용하여 대신해 주신다. 오후 4시 반 출발 정동진역 가는 무궁화호이다. 약 6시간 걸려 오후 10시 20분에 도착한단다.
낮에 이동하면 바깥세상 구경도 하고 좋으련만 조금은 아쉽다. 시간이 되어 승차하니 반 이상이 빈 좌석이다. 우린 좌석을 회전시켜 마주 보고 앉아가게 해 놓고 두 다리를 뻗치면서 편하게 타고 간다.
오후 6시 20분경 차 내에서 갖고 온 컵라면을 뜨거운 물로 익혀서 먹으니 꿀맛이다. 또 캔맥주도 따서 한 잔씩 건배하며 마시니 이를 두고 금상첨화라고 해 두자. 강원도 동백산역과 도계역사이에는 국내 기차터널로는 최장인 대금터널로 16.24㎞이고 16분이 걸린다고 승무원께서 알려주신다.
오후 9시경 남은 컵라면을 또 뜨거운 물을 부어 익혀서 아주 맛있게 먹는다. 드디어 오후 10시 20분에 정동진역에 도착한다. 약 10년 만에 오지 싶다. 세계에서 바다에 가장 가까운 역이 바로 이곳 정동진역이란다.
우린 백사장을 거닐면서 파도소리 들으면서 많은 젊은이가 바다야경을 찍고 있기에 우리도 서로 찍어주는 도움을 주고받는다. 오후 11시경 해변에 위치한 향기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TV 보다가 단잠을 청해본다.
1월 7일 오늘이 바로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36돌 되는 날이다.
정동진 바닷가 호텔에서 오전 7시경 일어나 밀려오는 파도가 바로 눈앞까지 오는 발코니에서 바닷길이 훤히 보이는 곳을 배경 삼아 부부 자축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오전 7시 반경 옷차림하고 해변으로 나오니 백사장엔 많은 여행객으로 붐빈다. 일출 광경을 찍으려고 사진작가분들도 십수 명이 기다린다. 우리도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찍었다.
우린 호텔로 와서 TV 보다가 오전 9시 반경 나와서 부근의 순두부해물탕으로 조식을 한다. 난 공깃밥 두 개를 시켜 꿀맛인 양 먹는다.
정동진역에 가서 오전 11시 출발 삼척 가는 바다 열차가 있기에 난생처음으로 타고 간다. 56㎞ 거리에 1시간 18분이 걸린단다. 전 좌석이 바다를 향해 있는 바다 열차 벽면 대형 모니터에는 사연 있으신 분은 문자를 보내란다. 난 즉시 문자를 보낸다. 오늘은 저희 부부 결혼 36돌이에요. 대구에서 왔어요, 축하해 주세요. 꼭 요. 신청곡은 나의 애창곡인 '영수증을 써줄 거야'.
보내니 곧장 대형화면에 '바다 열차와 함께 결혼 36주년을 축하합니다' 하면서 실내방송을 통해 부인의 볼에 키스를 해주세요 라고 주문하기에 난 참사랑의 볼에다 가벼운 입술을 갖다댄다. 기분 좋게 난생처음 공개된 장소에서 함께한 여행객들이 보는 데서 실행하니 기분 짱짱이다. 이어서 신청곡 '영수증을 써줄 거야'가 울려 퍼진다. 난 따라 불러본다.
당신만을 사랑한다고 영수증을 써줄 거야, 내 사랑은 당신뿐이라고 그렇게 써줄 거야~.
어느 날 살며시 내 가슴에 들어와 사랑의 집 짓고 사는 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바다만큼 태산만큼 사랑해.
당신은 내 사랑의 모든 것 가슴으로 써줄 거야 사랑한다 써줄 거야.
일편단심 사랑한다고 영수증을 써줄 거야, 세상 사람 모두에게 당신만을 사랑한다 할 거야
어느 날 살며시 내 가슴에 들어와 사랑의 집 짓고 사는 너,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바다만큼 태산만큼 사랑해.
당신은 내 사랑의 모든 것, 온몸으로 써줄 거야 사랑한다 써줄 거야, 가슴으로 써줄 거야, 영수증을 써줄 거야….
난 거듭 감사와 고마움의 인사 나눈다. 또 힘찬 박수를 친다. 주위 분들은 우리의 이런 모습을 디카로 사진 찍어준다. 삼척역에 내려서는 뜻깊은 바다 열차 앞에서 추억의 기념사진을 또 찍는다.
다시 택시, 버스 갈아타고 동해역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2분 영천행 기차 타고 오면서 보고 팠던 바깥세상을 마음껏 바라본다. 영천역에 내려 10분 기다리다 동대구역 가는 기차 타고 오니 오후 7시 44분이다.
다시 지하철, 버스 타고 귀가하니 오후 8시 35분이다. 따뜻한 온수로 씻고 난 뒤 저녁을 먹고 또 족욕까지 하고 나니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내년에는 내차 운전하여 또 여행해야지 해 본다. 이번 추억의 여행기를 내 블로그에 올리면서 또 올해로 꼭 50년을 맞은 나의 일기장에도 꼼꼼히 써 놓으련다.
구본훈(대구 달서구 학산로)
※우리가족 이야기, 나의 결혼 이야기, 어머니(아버지), 기행문, 추억의 사진, 독후감, 나의 글솜씨(수필·시·시조·일기 등)를 보내 주세요. 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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