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키나와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청백전에서는 낯선 광경이 연출됐다. 포수 마스크를 써야 할 이흥련이 청팀의 2루수로 나섰다. 물론 그가 내야수 전향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류중일 감독이 선수들에게 다른 포지션을 체험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삼성의 '안방마님'을 향한 경쟁은 치열하다. 베테랑 진갑용(41)을 비롯해 이정식(34), 이지영(29), 이흥련(26)이 주전 포수 자리를 노린다. 여기에다 2014년 입단한 김희석(25)도 오키나와 캠프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진갑용은 이날 청백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무릎 수술을 받은 채태인과 함께 이날 오전 비행기편으로 오키나와로 건너왔다. 물론 컨디션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아 '개점휴업'했던 그는 스토브리그 동안 개인훈련을 하다 오른쪽 옆구리에 통증을 느껴 괌 1차 캠프에도 지각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국내 최고선임 포수답게 여유가 있었다. 11일 불펜피칭 연습장에서 후배 투수들의 공을 받으면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우는 데 앞장섰다. 진갑용은 "아직 완벽한 상태가 아니지만 훈련은 최대한 정상적으로 할 생각"이라며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08년 신고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지영은 7년 만에 억대 연봉 대열에 가세했다. 지난해보다 6천만원 인상된 1억5천만원을 받는다. 타율 0.278의 나쁘지 않은 타격 솜씨를 뽐내면서 99경기에 출장, 진갑용의 공백을 무난히 메운 공로다. 지난해 개막전에서 왼쪽 갈비뼈 근처 근육을 다쳐 한 달 이상을 쉬었던 그는 "다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공격과 수비 모두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영과 룸메이트인 이흥련 역시 장밋빛 미래를 향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지난해 시즌 초반 진갑용'이지영의 부상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깜짝 활약'을 펼쳐 주목받았다. 연봉도 2천500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대졸 3년차로서 아직은 갈 길이 더 멀다. 주전 자리를 꿰차려면 지난해 타율 0.227에 그치면서 얻은 수비형 포수라는 인식부터 떨쳐내야 한다. 이흥련은 "시즌 각오를 밝힐 만한 위상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을 각오로 부딪혀 놓치지 않겠다"며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사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은 확실한 주전감이 없다는 이야기와 상통한다. 류중일 감독 역시 선발 포수를 정해 놓았느냐는 질문에 "잘하는 선수가 나갈 것"이라는 말로 고민을 내비쳤다. "냉정히 말해 10개 구단 가운데 포수진은 중간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류 감독은 "진갑용은 어깨가 약해져 송구에 문제가 있고, 이지영은 타자 분석과 도루저지율을 더 높여야 한다. 또 이흥련은 타격을 끌어올려야 하고, 이정식은 부상으로 지난해 쉬었던 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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