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라이온즈 전지훈련 오키나와 리포트] 류감독의 내기

"고기값 해야지, 목표 말해봐" "내가 지갑 선물하도록 해줘"

11일 류중일 감독과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내기를 한 삼성의 세 외국인선수. 왼쪽부터 나바로, 피가로, 클로이드. 삼성 라이온즈 제공
11일 류중일 감독과 올 시즌 성적을 놓고 내기를 한 삼성의 세 외국인선수. 왼쪽부터 나바로, 피가로, 클로이드. 삼성 라이온즈 제공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11일 일본 오키나와의 한 식당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초대했다. 새 외국인 투수인 알프레도 피가로'타일러 클로이드와 2년차인 야마이코 나바로를 위한 자리였다. 류 감독과 이들의 저녁식사는 이날이 처음이다.

데판야끼(일본식 철판 요리)를 함께 먹는 동안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특히 류 감독이 올해 성적을 놓고 내기를 제안하자 한국무대가 처음인 투수들이 상당히 흥미로워했다. 각자의 시즌 목표를 달성하면 류 감독이 작은 지갑을 선물하고, 그러지 못할 때는 선수들이 선물한다는 단순한 조건이지만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이다.

감독이 몇 승을 목표로 생각하느냐고 묻자 투수들은 농담 삼아 "3승 정도?"라고 대답했다가 조정(?) 끝에 13승씩을 약속했다. 나바로는 타율과 타점을 두고 '밀당'을 하다가 타율 0.305에 합의했다. 류 감독이 90타점을 제시하자 나바로는 "1번 타자라서 90타점은 어렵다. 지난해에도 2번 타자로 잠시 뛰면서 12타점을 보탠 덕분에 98타점이 됐다"고 주장, 양보를 이끌어냈다. 나바로는 지난해에는 타율 0.308로 리그 31위에 올랐다.

사실 외국인 선수들의 성적은 삼성의 5년 연속 통합 우승과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투수들이 최소 13승 이상을 올려주고, 나바로가 지난해처럼 '4번 타자 같은 1번 타자'로 활약한다면 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투수들이 KBO리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나바로가 2년차 징크스에 빠진다면 우승을 장담하기가 어려워진다.

일단 스프링캠프의 분위기는 좋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피가로는 키가 크지는 않지만 탄력이 뛰어나 150km 중반대의 직구를 쉽게 던진다. 허삼영 전력분석팀 과장은 "공을 놓는 타점은 낮아도 직구가 타자 앞에서 솟아올라 위력적"이라고 평가했고, 포수 이지영은 "던질 때마다 나아지는 것을 느낄 정도"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피가로는 "한국 야구에 대해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포수의 리드에 충실히 따르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며 팀의 우승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내성적인 피가로와 달리 활달한 성격의 클로이드 역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직구 구속은 140km대에 그치지만 변화구 구사 능력과 안정성이 돋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는 지난해 트리플A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지난해 뛰었던 마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구속이 느리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류 감독은 이달 27일 후쿠오카에서 치르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경기 때 밴덴헐크를 만나 지난해 내기에 걸었던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밴덴헐크는 지난해 류 감독과 약속했던 13승(4패)을 거두고 소프트뱅크로 이적했다. 류 감독은 '나'피'클 트리오'에게도 선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듯하다.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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