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밤 BMW 한 대에 넋 나간 해병 1사단

10시30분 위병소 뚫고 돌진, 10여 분간 부대 내 추격전…침입 전역 해병대 신병 확보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대가 차량 한 대를 못 잡았다고?"

해병대 제1사단의 경계에 구멍이 뚫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늦은 저녁 일반 승용차 한 대가 해병대에 침입해 10여 분 동안 부대 안을 휘젓고 다닌 후 유유히 사라졌다.

포스코와 원전 등 국가 중요 보안시설을 지키는 해병대가 오히려 자신의 부대는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보안상의 허술함을 드러낸 셈이다.

11일 오후 10시 30분쯤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제1사단 위병소에 BMW 차량 한 대가 접근했다. 차에 탄 사람은 부대 안에 볼일이 있다며 출입을 요청했다. 위병소를 통과할 때는 일반인은 물론, 군 관계자들도 신원 확인 및 상부 허가가 필요하다.

더구나 이때는 면회 등 일반인의 부대 방문이 제한된 시간이었다. 위병소 근무자들이 신원 확인을 위해 차단막을 올리고 막 접근하려는 순간 차량은 갑자기 부대 안으로 돌진했다.

원칙상 위병소에서는 차량 접근 시 차단막을 내려 경계태세를 갖춘 후 신원 확인 및 방문 목적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야 하지만, 당시 이러한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차 안에는 1명 이상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병대는 정확히 몇 명이 탑승하고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해병대 난입에 부대는 경계태세에 돌입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군은 10여 분 동안 차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동안 이들은 부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추적을 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오후 10시 40분쯤 해당 차량은 다시 위병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대를 빠져나가기 위한 출입구가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위병소 근무자들이 해당 차량을 붙잡아 신분증을 요구하는 등 신원 확인에 나섰다. 그러자 차량 운전자는 "일단 차를 앞에 세워두고 내리겠다"고 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위병소 근무자들이 잠깐 방심한 새 이들은 다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렇게 이들은 포항지역 최고 군사경계지역인 해병대를 10여 분 동안 헤집어 놓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12일 해병대가 부대 내 CCTV 등을 토대로 해당 차량의 번호판을 파악한 뒤 차적을 조회한 결과 차량 소유주는 경북 칠곡군에 살며 2007년 해병대를 제대한 전역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병대 측은 헌병대를 투입해 침입 당사자들의 신병을 확보하는 한편, 당시 위병소 근무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병대 제1사단 관계자는 "전역자들이 옛 생각에 부대를 둘러보고 싶어 찾아왔다가 차단막이 잠깐 올라가자 문을 열어준 것으로 착각하고 갑자기 들어온 것 같다. 자세한 조사를 마친 후 절차에 따라 관련자 문책 및 처벌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항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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