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고향 가족과 친척을 만나는 명절, 그러나 며느리들에게 긴 설 연휴는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시부모님, 아주버님, 시동생 등 '시월드'(시집)는 어색하고 불편한데다, 설 차례상에 올릴 음식준비 등은 대부분 며느리 몫이기 때문. 더욱이 음식장만을 두고 동서들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스트레스를 쌓이게 한다.
이런 탓에 명절 즈음이면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며느리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한다.
직장을 다니는 며느리들의 당직 핑계는 고전적 수법 중 하나. 몇 년 전부터는 며느리들의 이런 심리를 읽어 아픈 것처럼 보이게 하는 꾀병 립스틱에다 부상한 것처럼 속이는 가짜 깁스 등도 등장했다.
지난해 추석부터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가짜 깁스. 팔이나 다리에 끼웠다 뺄 수 있도록 한 이 가짜 깁스는 팔, 다리가 아픈 것처럼 보이게 해 명절 차례상 준비, 대식구들의 음식장만 시 '노동 강도'를 줄이는 연출용 소품.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런 제품들이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정모(32) 씨는 "지난 추석에 가짜 깁스로 명절 음식 장만을 피한 친구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알려져 '약발'이 먹히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더 효과적인 소품이 없는지를 찾는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피 캡슐'이나 '꾀병 립스틱'도 며느리들 사이에선 인기상품. 피 캡슐은 젤라틴 캡슐에 식용색소와 설탕 등을 넣어 만든 가루로 침을 바르면 피처럼 보여 코피 등으로 위장할 수 있다. 꾀병 립스틱도 바르면 입술에 핏기가 없어 보여 얼굴 전체가 창백해 보이는 효과를 볼 수 있어 빈혈, 몸살 등으로 위장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결혼적령기를 넘긴 미혼자들은 쏟아지는 질문이 듣기 싫어 귀마개를 준비하기도 한다. 김모(35) 씨는 "명절 때면 친지들이 결혼은 언제 하느냐, 올해는 넘기지 말라며 질문과 충고를 해 '시위'용으로 귀마개를 끼자는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 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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