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아무리 아픈 사람도 깨끗이 낫게 한다는 할아버지가 있었어.
"의사도 아닌데 모든 병을 다 고친다더라."
"그 할아버지를 만나면 모두 웃는 얼굴이 된대."
"어떻게 고치는데?"
"주로 이야기를 한대.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그래?"
한 신문기자가 이 소문을 듣고 할아버지를 찾아갔어.
"어떻게 병을 고치세요?"
"나는 병을 고치지 못하네. 그저 이야기를 나눌 뿐일세."
그때 마침 한 환자가 찾아왔어.
신문기자는 할아버지가 어떻게 하는지 가만히 지켜보았어.
할아버지는 환자에게 어디서 무엇을 하다가 왔는지 물었어. 그리고 어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었는지도 물었고….
그러더니 구석에 있는 풍금으로 옛 동요를 연주하였어.
서너 곡이 연주되자 그 환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불렀어.
"아, 이 노래! 제가 어렸을 적에 많이 불렀던 노래였어요."
환자의 얼굴은 별안간 환해졌어.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편안한 얼굴이 되었어.
할아버지는 환자에게 청년 시절 이야기도 물었어.
그러더니 이번에는 서양 나팔로 음악을 연주하였어. 이 음악은 매우 우렁찼어.
"아, 이 음악은 제가 청년일 때에 많이 들었어요. 이 음악에 맞추어 행진도 하였어요."
그러다가 또 다른 음악으로 바뀌었어.
이번에는 매우 고운 바이올린 가락이었어.
"아, 이 음악은 제가 연애를 할 때에 많이 들었어요."
환자는 눈을 감은 채 춤을 추듯 몸을 흔들었어.
음악은 계속 바뀌었어. 그때마다 악기도 바뀌었는데 흥겹기도 했지만 때로는 슬프기도 하였어.
대금 연주가 시작되자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환자가 갑자기 부르짖었어.
"아, 아버지! 으흐흐!"
그러자 할아버지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어.
"그래,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은 언젠가 세상을 떠나게 되어 있네. 그렇지만 자네를 남겨 놓았으니 결코 떠난 것이 아니지. 나의 아버지는 자네 아버지보다 훨씬 먼저 이 세상을 떠나셨지만 이렇게 나를 남겨 두셨지."
음악도 계속되고 중간 중간 이야기도 계속되었어.
이윽고 시간이 지나자 그 환자는 웃는 얼굴로 일어서며 말했어.
"고맙습니다. 모든 것이 제가 잘못 생각한 탓입니다. 이제 응어리가 확 풀렸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돈도 받지 않았어.
신문기자가 물었어.
"할아버지, 어찌 그렇게 음악을 잘하십니까?"
"별것 아닐세. 그저 어린 시절 우리 선생님을 떠올린 것뿐일세."
"네에?"
"어렸을 때에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어. 내가 울 때마다 엄마 같은 우리 선생님이 풍금을 들려주곤 하셨어. 지금도 생생해."
"네에."
신문기자는 고개를 끄덕였어.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댓글 많은 뉴스
"드루킹은 옛말"…180만 원짜리 폰팜, 선거판·유튜브 여론 통째로 바꾼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됐나" 민주당 상왕(上王) 김어준의 대굴욕[금주의 정치舌전]
포항 도로 공사현장서 굴착기 사고…50대 작업자 사망
내년 의대 정원 공개…대구경북 5개 의대는 72명 증원
[부고] 최경철(매일신문 편집국장)씨 장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