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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의 에세이 산책] 빈의 20만원짜리 주차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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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 5년간 살면서 150유로(20만원 상당)짜리 주차 벌금을 세 번 정도 낸 기억이 있다. 빈의 도로는 시간대별로 불법 및 합법 주차장으로 나뉜다. 주차 합법시간이 지나면 즉시 불법으로 바뀐다. 10분이라도 늦었다가는 곧바로 단속 대상이 된다.

처음 벌금 고지 땐 영문을 몰라 교민들과 현지인 친구들에게 물어도 아는 이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벌금이 나왔는지' 알만한 사람들에게 묻고 해당 교통국에 전화를 해도 본인이 직접 와서 물어보라는 대꾸만 들려왔다. 20년, 30년씩 산 교민들이나 빈 현지인 친구들조차 왜 이런 주차위반 벌금이 나오는지 몰랐다.

툭하면 걸리는 주차 단속에 우울한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빈에서 30여 년 산 교민이 그동안 듣도 보도 못했던 제도에 대해 내게 알려줬다. 오스트리아에서 주차 위반 단속권은 크게 '주차단속 경찰관'과 '일반 경찰관'으로 이원화돼 있다. 주차단속 경찰관은 주차선이 그어져 있는 주차장 안 미부착 주차 허가증에 대한 단속을 한다. 일반경찰관은 주차장 밖 일반도로의 모든 불법 주차를 단속한다. 주차단속 경찰관이 부과하는 벌금은 일률적으로 35유로이다. 그런데 일반 경찰관은 벌금이 적힌 벌금고지서 대신, 주차위반을 했으니 자신의 경찰관서로 찾아오라는 '공지성 고지서'를 부착한다. 내게 발부한 주차위반 고지서 역시 공지성 고지서였다.

이민 초기, 독일어에 까막눈이었던 내가 벌금 액수도 없는 고지서를 무시한 게 불찰이었다. 주차위반 고지서를 받은 차주가 경찰관서를 찾으면 경찰관은 직업이나 소득 정도를 물은 다음 그 자리에서 벌금을 매긴다. 학생이나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30유로 내외의 가벼운 벌금을 매길 것이나 전문직과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주 등에게는 고액의 벌금을 매긴다. 만일 경찰서로 오지 않는 배짱(?) 좋은 차주에게는 최고액인 150유로를 매긴다. 이렇게 나는 졸지에 배짱 좋거나 부자인 차주가 된 것이었다. 이러한 제도를 오스트리아인 모두가 알고 있을 터지만, 나는 맨 처음 받은 주차위반 고지서 대신 나중에 부과된 주차 벌금을 갖고 따졌으니, 지인들이 그 까닭을 알 턱이 없었다.

유럽 안에서도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소득대비 주차벌금제도를 빈에 산지 3년 만에 터득했다. 외국생활을 위한 수업료를 톡톡히 치른 셈이었다. 우리에게도 소득대비 벌금제도를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정책이 우리 사회를 한층 더 성숙시킬 수 있다. 다양성의 사회는 민주사회의 또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군위체험학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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