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암투병 아이들 가발 제작 도움 됐으면…3년간 기른 머리카락 '기부'

대구파티마병원 이아름별 간호사

머리 길렀을 때 모습
머리 길렀을 때 모습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대구파티마병원 이아름별 간호사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한 대구파티마병원 이아름별 간호사

"소아암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어요."

대구파티마병원 이아름별(25) 간호사는 이달 초 허리까지 길게 내려오던 긴 생머리를 싹둑 잘랐다. 잘라낸 머리카락은 40㎝. 이 간호사가 3년간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고 고이 기른 머리카락이다. 이 머리카락은 소아암 환자를 위해 무료로 가발을 제작하는 모발업체에 전달됐다.

이 간호사가 머리카락을 자른 건 백혈병이나 소아암 등 희귀질환으로 투병 중인 아이들을 위해서다. 소아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받다 보면 머리카락이 모두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위축된다. 그러나 인조모발로 만든 가발은 소아암 환자의 두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사람 모발이 가장 좋지만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이 간호사가 모발 기부를 결심한 건 간호대학 1학년이었던 21세 때였다. "주변에 기부나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꽤 많았어요. 저도 어떻게 하면 사회봉사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 긴 생머리를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인터넷에서 소아암으로 투병하는 어린이들에게 사람 모발로 된 가발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접한 것도 계기가 됐다.

모발 기부를 하려면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파마와 염색을 하지 않아야 하고 길이가 25㎝ 이상이어야 원하는 모양의 가발을 만들 수 있다. 그가 간호대에 다니던 3년간 검은 색의 생머리만 고집한 이유다. 짧게 자른 머리가 어색했지만 지금은 꽤 익숙해졌다.

"막상 기부를 하려니까 주변에서는 아깝다고 그냥 놔두라는 만류도 많았어요. 하지만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린다고들 해주셔서 더욱 힘이 나네요."

장성현 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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