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꽤 오랫동안 스포츠 현장을 쫓아다녔다. 그 까닭에 생소한 정치부로 자리를 옮긴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스포츠와 정치는 닮은 부분이 많다"고 귀띔해 줬다. 낯선 분야로 첫발을 내딛는 기자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려는 의도가 다분했지만 영 틀린 말은 아닌 듯했다.
정치와 스포츠는 상대가 있고, 또 그 상대를 눌러야 비로소 내가 사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두 분야 모두 승자와 패자가 공존할 수 없으니 결코 져서는 안 된다. 2등에게 주어지는 찬사나 영광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둘은 주객(酒客)들의 단골 안주라는 점에서도 닮았다. 그들이 벌이는 플레이와 결과를 두고 주객들은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갖가지 해석으로 관전평을 쏟아낸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니 굳이 전문가나 해설위원이 아니라도 한마디쯤은 거들 수 있다.
탁구선수 출신의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와 스포츠의 공통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라고 꼽았다.
마치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딱 맞아떨어지는 두 사례를 마주했다.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닥쳐왔을 때 이완구 국무총리는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결과는 크게 엇갈렸다.
이 총리는 망자가 남긴 메모에 이름이 오르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억울함만 호소하다 결국은 스스로 총리직을 내려놔야 했다.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는 물론 그의 정치생명에도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진실은 검찰 수사 등으로 밝혀지겠지만 의혹의 시선이 자신을 향할 때 좀 더 솔직했어야 했다.
여러 번 주어진 기회를 말 바꾸기로 버티다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22일 열린 한화와 LG 경기서 한화 김성근 감독은 잘 던지던 선발투수 유창식이 타자의 공에 맞아 더는 공을 던질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자 이를 승부처로 보고 타자의 특징에 맞춰 투수를 연이어 투입했다. 4회에만 무려 불펜투수 3명을 마운드에 올려 보냈고, 위기를 막아냈다.
김 감독은 승장이 됐다. 결과가 해석을 낳지만, 어쨌든 이날 승부처는 그 순간이었고, 김 감독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정치와 스포츠, 둘의 공통점이 추가되려면 정치인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이 보태져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를 빌미로 한 여야 공방에 '개혁'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이 됐다. 뭐가 국민을 위한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는 정치인의 페어플레이가 보고 싶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