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김문수와 김부겸

수성갑 선거구는 대구의 '강남'이면서 '신정치 1번지'로 불린다. 인구는 26만 명. 범어동'만촌동'황금동'고산동 등 12개 동이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학군이 좋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30, 40대가 전체의 45.3%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 비율이 높다. 대학교가 몰려 있는 경산과 인접해 있고 오피니언리더도 많이 산다.

이 지역은 대구에서도 초고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수성갑 지역 유권자들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이면서도 강한 안정 희구 세력으로도 분류되는 복잡한 정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선거 결과는 항상 예측 불허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한구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성갑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반드시 수성(守城)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곳이 무너지면 대구지역 전체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 총선과 관련, '이슈메이커'는 단연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두 사람의 '빅매치'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총선에서 이곳 유권자는 김 전 의원에게 40.4%의 표를 주었다.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이곳은 김 전 의원에게 50.1%의 지지를 보냈다. 일찌감치 김 전 의원은 '삼세판'을 외치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정치권 일각에서 김 전 의원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경북고와 서울대 선후배지간이다. 김 전 지사가 5년 선배다.

김 전 지사는 영천 출신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중 노동 운동에 뛰어들어 1971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됐다. 1990년 진보 성향 정당인 민중당을 만들어 선거에 출마했으나 패배했다. 1994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한 뒤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했다. 국회의원 3선에 경기도 지사 재선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상당하다.

김 전 의원은 상주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그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빨갱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5년 정계복귀를 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을 데리고 신당을 창당할 때 그는 따라가지 않았다. 1997년 대선 직전에 꼬마 민주당에 남아 있다 한나라당 창당에 합류했다. 한나라당을 떠나 다시 야권으로 돌아온 그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지난 총선과 지난해 지방선거에 야당 후보로 나와 두 번 모두 떨어졌다. 김 전 의원은 경상도 출신으로 호남세가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힘든 길을 걸어왔다.

김 전 지사는 아직 출마의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차기 대선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수성갑 출마 가능성을 닫고 있지는 않아 김 전 의원과 20대 총선에서 맞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결이 성사되면 두 사람 다 정치 인생을 건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한다.

두 사람은 모두 차기 대권의 예비 주자로 거론된다. 승자는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고 대구경북의 맹주로 우뚝 설 수 있다. 반면 패자는 정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김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은 모두 대구경북이 낳은 여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김 전 지사는 새누리당의 혁신 전도사로서 강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현 정부의 요직 인사가 있을 때면 후보 0순위로 거론된다. 김 전 의원 역시 4'29 재보선 참패 이후 방향타를 잃고 흔들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중심 리더로 손꼽히고 있다.

'승자 독식'의 정치 문화 속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지역 출신 정치인이 건곤일척의 대결을 벌이게 될지 이목이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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