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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한 100세 시대] '은빛 청춘' 위풍당당한 노년들

이번 주 매일신문은 팔팔한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어르신을 만났다. '정정하다'는 표현은 적확하지 않다. 가수 이자연이 "구구 팔팔 백세를 향하여, 우리 모두 백세를 향하여"라고 부른 노랫말처럼 팔팔해도 이렇게 팔팔할 수 없다.

일찍이 가수 방실이는 "내 나이 묻지 마세요. 내 이름도 묻지 마세요"라고 노래했다. 이제부터 소개하는 팔팔한 어르신들에게 나이를 묻지 말자. 그저 아직 한창일 나이라고만 알아두자. 흰머리 지긋하고 나이가 들었을지언정 내면의 맵시를 잃지 않고 멋지게 살아간다면 아직 청춘이기에.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84세 건강 서예·88세 테니스 마니아·105세 등산 할머니…

'옛말 그른 데 없다'지만 잘 찾아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명심보감 존심 편에 '사람은 백 년을 못 살면서 부질없이 천 년의 계획을 세운다'는 글귀가 나온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간은 100세까지 살지 못하는 짧은 인생이란 게 상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100세 이상 노인이 1만5천 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말 대구의 100세 이상 고령자는 518명에 달했다. 이제는 명심보감의 전제가 맞지 않게 됐다.

이 이야기는 100세 이상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해 OECD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이 81.3세로 최근 5년간 1.9년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를 보면 우리나라 50세 남성의 예상수명은 80.6세, 여성은 86.3세로 추정한다. 그래서 정부가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서는 2060년쯤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은 86.6세, 여성은 90.3세로 수명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현재 50'60대 남성은 약 90세 전후, 같은 연령대 여성은 95세 전후를 살게 된다.

우리 앞에 100세 시대가 이만큼이나 다가왔다. 의학 발전과 다양한 건강법 개발로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길어진 수명만큼 "내 나이면 아직 한창때야"라고 외치는 '은빛 청춘'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로 만 105세인 문대전(대구 북구 복현동) 할머니는 고령임에도 집안일은 물론 동네 산책과 등산도 거뜬하게 해내는 등 누구보다 정정한 모습이다. 아들이 출근하고 나면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은 문 할머니의 몫. 혹여 아들 셔츠에 단추라도 떨어져 있으면 직접 바느질을 한다. 어디 이뿐이랴. 문 할머니는 지난해 10㎞ 걷기 대회를 완주했고, 연말에는 제주도 한라산 등반도 다녀왔다.

대구에는 테니스 마니아 할아버지도 있다. 1927년 생인 김종수(88'대구 서구 평리동) 할아버지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구 어버이날테니스대회 최고령 참가자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지난해는 세월호 참사로 대회가 열리지 않아 영예를 누리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올해도 최고령 참가자 자리를 다른 이에게 내줄 생각이 없다. 김 할아버지는 단순히 테니스를 즐기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할아버지는 함께 테니스를 즐기는 60'70대 동호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실력자다.

매일 1시간씩 서서 서예를 하는 할아버지도 있다. 대구 남구 이천동에 사는 홍용석(84) 할아버지는 보무도 당당하다. 홍 할아버지의 주요 교통수단은 튼튼한 두 다리와 자전거이다. 홍 할아버지는 자신의 건강관리 비법이 서예라고 말한다. 매일 꼿꼿한 자세로 서서 붓글씨를 써온 지도 벌써 까마득할 정도. 집중해서 글씨를 쓰고 나면 어지간한 운동보다 낫다. 더욱이 정신도 한없이 맑아진다.

또한 대구 기초자치단체마다 있는 시니어클럽은 '최고의 노인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치 아래 '은빛 청춘'이 즐겁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방앗간, 택배업, 카페, 김밥가게, 현수막 제작 등 하는 일도 다양하다. 이곳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이 할만 한 일을 하면서 힘든 기색도 없다. "일 안 하면 금방 죽을지도 몰라"라며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70세가 넘지 않으면 젊은이, 아이 취급을 당할 정도다.

홍준표 기자 agape1107@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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