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현수(가명'47) 씨는 '디플레이션(deflation'디플레) 우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없다. 디플레는 물가 하락과 경기 부진을 뜻하는 데 체감하는 물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0%대라는 말도 믿기지 않는다. 아이들 학원비도 올랐고, 아파트 전셋값은 말 그대로 폭등세다. 당장 전셋값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마음이 무겁기는 마찬가지다. 10만원어치 장을 봐도 별로 산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물가가 내렸다고 하니 이해할 수 없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와 정부가 내놓는 물가 수준 사이에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괴리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1천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체감 경제성장률은 -1.1%이고 체감 물가상승률은 3.3%로 나타났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4%에 그치고, 담뱃값 인상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하락했다는 통계청 발표와는 사뭇 다른 셈이다.
체감물가는 개인별 소비 패턴을 반영한다. 대표 품목의 가격변동을 토대로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와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를 매길 때 활용하는 주요 품목은 481개. 평균적으로 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큰 품목에 대해 그만큼 가중치를 부여한다.
가중치는 전셋값, 스마트폰 요금, 휘발유 가격, 월세, 도시가스요금, 전기요금, 중학생 학원비, 외래진료비, 공동주택 관리비 순으로 높다. 올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는 전세(3.3%)와 공동주택관리비(3.7%), 중학생 학원비 등은 상승했고, 휘발유, 경유, 도시가스는 떨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물가가 떨어진 품목에 대한 인식은 낮은 데 비해 오른 품목에 대한 인식은 높은 속성이 있다. 체감물가 상승률이 높다고 느끼는 이유"라고 했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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